(사진=픽사베이) 채식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치관에 따라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당당한 '채밍아웃'이 줄을 잇고 있다.  [뷰어스=남우정 기자] # 30대 직장인 이은정 씨는 얼마 전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갔고 생각지도 않았던 비건 레스토랑이 곳곳에서 발견했다. 일반 식당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비건 메뉴가 있었다. 선입견과 달리 채식이지만 맛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채식은 선택 자체가 힘든 삶이란 걸 깨달았다. 늘어나곤 있지만 완전한 비건들을 위한 식당의 수는 적고 일반 음식점에서 비건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찾기 힘들었다. 의지가 자연스럽게 꺾인다.  #베지테리언인 20대 직장인 김은영 씨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시간은 회식이다. 페스코로 육류만 먹지 않기 때문에 평소 점심시간에 고기가 없는 메뉴만 고르면 된다. 하지만 회식은 다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회식하면 고기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체 생활에서 자신만 튀는 행동을 할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늘만은 플렉시테리안이 된다.  채식주의자를 가장 힘들 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프랑스 정육업자들이 극단적 채식주의자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육점 창문을 깨거나 가짜 피를 뿌리며 정육업자들을 공격했고 정육업자들이 정부에 안전 보호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런 극단적인 움직임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채식에 대한 이해와 수용 자체가 부족하다.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기존에 있던 비건 메뉴가 락토-오보로 변경된 것이다. 비건은 육류를 비롯해 해산물, 달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반면 락토-오보는 우유·계란·유제품 섭취를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채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문제다. 결국 학교 측은 비건들의 의견을 수용해 다시 완전 채식메뉴로 변경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채밍아웃’(채식+커밍아웃)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신념에 따른 선택이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까다롭고 예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약속 하나를 잡더라도 채식주의자를 고려해하는 상황이 온다.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선입견이 있는 이들도 있고 식물권까지 따지는 이들도 존재한다. (사진=동물해방물결) 무엇보다 단체 생활을 중요시 하는 한국 사회는 채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학교나 군대, 병원 식단에서 고기가 없는 날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채식을 하는 이들은 국부터 반찬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채식을 좋아하는 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른 걸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또 채식을 할 수 있는 기회, 사회적 인프가가 열악한 것도 채식주의자들의 고충이다”고 말했다.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는 “현실적으로 외부에서 식사를 할 때 비건이나 채식 옵션이 없는 게 가장 불편하다. 친한 사람과 식사를 할땐 채식 식당에 가지만 사업상 미팅이 있을 땐 불편한 점이 많다. 메뉴에 식품 원산지 표시 규범만 있기 때문에 식당에 물어봐야 한다. 근데 채식을 한다고 하면 더 안 해준다. 어쩔 수 없이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거나 한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3월 공공기관에서 공급되는 식사에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유럽연합은 2010년 식품 상표로서 비건의 의미를 수용하고, 2015년 이를 시행해 비건 상표를 보급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도 변화를 따라가야 할 때다. 지난 6월 교육감 선거 당시 한국채식단체연대는 전국 진보교육감 후보들에게 채식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아직 작은 움직임이지만 문제 인식에 대한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하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 육류 위주다. 학교에서부터 채식 선택 급식제가 필요하다. 채식 선택권이 다양하게 도입돼 지나친 육류 위주의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 후보뿐 아니라 광역 단체 후보들에게도 채식 관련 질의서를 보냈을 때 80% 이상이 채식 급식 문화 확산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보내왔다. 앞으로 당선된 교육감, 광역단체 분들과 함께 연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비건 라이프를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표하고 알린다. SNS만 보더라도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채식 라이프를 전하거나 육식를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낸다. 월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고 지구를 보존하자는 의미의 ‘고기없는월요일' 캠페인에 동참하길 촉구하는가 하면 육식 자제를 촉구하는 지하철 광고를 띄우기도 한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비건 문화 대중화팀 너티즈는 7월 한 달간 서울 6호선에 소, 돼지, 닭을 대변하는 “살 수 있어” 지하철 광고를 싣는다. 방에서 홀로 하는 채식이 아니라 벽을 넘어 함께 가는 움직임이다.  이에 양윤아 대표는 “굳이 완전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따라하는 것 자체가 지구 환경을 위한 개인의 실천이다. 그게 모방이거나 유행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채식 문화가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쉽게 스며드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지향점으로 본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채식에 빠지다]④ ‘채밍아웃’을 막는 불편한 시선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7.12 14:05 | 최종 수정 2137.01.20 00: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채식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치관에 따라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당당한 '채밍아웃'이 줄을 잇고 있다. 

[뷰어스=남우정 기자] # 30대 직장인 이은정 씨는 얼마 전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갔고 생각지도 않았던 비건 레스토랑이 곳곳에서 발견했다. 일반 식당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비건 메뉴가 있었다. 선입견과 달리 채식이지만 맛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채식은 선택 자체가 힘든 삶이란 걸 깨달았다. 늘어나곤 있지만 완전한 비건들을 위한 식당의 수는 적고 일반 음식점에서 비건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찾기 힘들었다. 의지가 자연스럽게 꺾인다. 

#베지테리언인 20대 직장인 김은영 씨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시간은 회식이다. 페스코로 육류만 먹지 않기 때문에 평소 점심시간에 고기가 없는 메뉴만 고르면 된다. 하지만 회식은 다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회식하면 고기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단체 생활에서 자신만 튀는 행동을 할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늘만은 플렉시테리안이 된다. 

채식주의자를 가장 힘들 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프랑스 정육업자들이 극단적 채식주의자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육점 창문을 깨거나 가짜 피를 뿌리며 정육업자들을 공격했고 정육업자들이 정부에 안전 보호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런 극단적인 움직임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채식에 대한 이해와 수용 자체가 부족하다.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기존에 있던 비건 메뉴가 락토-오보로 변경된 것이다. 비건은 육류를 비롯해 해산물, 달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반면 락토-오보는 우유·계란·유제품 섭취를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채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문제다. 결국 학교 측은 비건들의 의견을 수용해 다시 완전 채식메뉴로 변경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채밍아웃’(채식+커밍아웃)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신념에 따른 선택이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까다롭고 예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약속 하나를 잡더라도 채식주의자를 고려해하는 상황이 온다.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선입견이 있는 이들도 있고 식물권까지 따지는 이들도 존재한다.

(사진=동물해방물결)
(사진=동물해방물결)

무엇보다 단체 생활을 중요시 하는 한국 사회는 채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학교나 군대, 병원 식단에서 고기가 없는 날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채식을 하는 이들은 국부터 반찬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채식을 좋아하는 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른 걸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또 채식을 할 수 있는 기회, 사회적 인프가가 열악한 것도 채식주의자들의 고충이다”고 말했다.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는 “현실적으로 외부에서 식사를 할 때 비건이나 채식 옵션이 없는 게 가장 불편하다. 친한 사람과 식사를 할땐 채식 식당에 가지만 사업상 미팅이 있을 땐 불편한 점이 많다. 메뉴에 식품 원산지 표시 규범만 있기 때문에 식당에 물어봐야 한다. 근데 채식을 한다고 하면 더 안 해준다. 어쩔 수 없이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거나 한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3월 공공기관에서 공급되는 식사에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유럽연합은 2010년 식품 상표로서 비건의 의미를 수용하고, 2015년 이를 시행해 비건 상표를 보급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도 변화를 따라가야 할 때다. 지난 6월 교육감 선거 당시 한국채식단체연대는 전국 진보교육감 후보들에게 채식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아직 작은 움직임이지만 문제 인식에 대한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하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 육류 위주다. 학교에서부터 채식 선택 급식제가 필요하다. 채식 선택권이 다양하게 도입돼 지나친 육류 위주의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 후보뿐 아니라 광역 단체 후보들에게도 채식 관련 질의서를 보냈을 때 80% 이상이 채식 급식 문화 확산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보내왔다. 앞으로 당선된 교육감, 광역단체 분들과 함께 연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비건 라이프를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표하고 알린다. SNS만 보더라도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채식 라이프를 전하거나 육식를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낸다. 월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고 지구를 보존하자는 의미의 ‘고기없는월요일' 캠페인에 동참하길 촉구하는가 하면 육식 자제를 촉구하는 지하철 광고를 띄우기도 한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비건 문화 대중화팀 너티즈는 7월 한 달간 서울 6호선에 소, 돼지, 닭을 대변하는 “살 수 있어” 지하철 광고를 싣는다. 방에서 홀로 하는 채식이 아니라 벽을 넘어 함께 가는 움직임이다. 

이에 양윤아 대표는 “굳이 완전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따라하는 것 자체가 지구 환경을 위한 개인의 실천이다. 그게 모방이거나 유행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채식 문화가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쉽게 스며드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지향점으로 본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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