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제7차 한국표준직업분류 개정안에는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가 등재돼 있다. 과거 취미로만 여겨졌던 1인 방송이 합법적인 수익활동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은 그 규모가 무려 2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밝은 면만 보고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실제 1년에 억대 수입을 벌어들이는 크리에이터는 상위 5%에 불과하다. 인지도에 따라 수익의 격차도 심하다. 그런 한편 크리에이터의 공정한 수익 활동을 보장하는 법규도 미비한 상태다. 크리에이터를 직업 삼고 싶다면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손예지 기자]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집을 벗어나지 않았다. 동시에 TV나 컴퓨터 전원도 켜지 않았다. 대신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 휴대전화로 유튜브만 봤다. 아침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점심을 먹으면서는 먹방, 저녁에는 구독 중인 크리에이터들의 실시간 방송을 보며 외로움을 달랬고 침대에 누워서는 고양이 채널과 ASMR 영상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방송사 PD를 꿈꾸는 대학생 B씨는 최근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목적은 크리에이터 되기.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출연을 직접하는 크리에이터는 분명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친구들은 이것도 ‘취업준비’에 해당한다고 했다. 모임 첫 날 아이템 회의를 했다. 저마다 구독하는 채널이 달라 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B씨가 기기 리뷰에 관심을 두는 반면 친구 C씨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을 줄줄 꿰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 D씨는 슬라임 놀이 영상을 즐겨본다고 했다. 서로의 추천 영상을 보다 보니 반나절이 흘렀다. 서로의 취향이 너무나 다른데, 또 전부 다 재미있어 보였다. 결국 채널 테마 정하기는 다음 회의로 미뤄야 했다.
1인 미디어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한 모양새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확실히 TV보다 더욱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됐다. 콘텐츠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취사 선택이 쉽고 실시간 방송 혹은 댓글로 소통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친구 같은 친밀함을 느끼는 덕분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동영상을 조금만 다룰 줄 알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기에 이를 직업 삼으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에서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랜 얘기다. 실제로 최근 초등학교에서 1인 미디어 강연을 펼친 인기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그 이유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지난 6일 방송한 JTBC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하 크리에이터)’에서다. 대도서관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돈이요~!”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JTBC 방송화면)
가장 정확한 답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특히나 대중에게 크리에이터는 비교적 쉽게 고수익을 내는 직업으로 알려졌다. ‘랜선라이프’에서 공개된 대도서관·씬님·밴쯔·윰댕 등 상위 1% 크리에이터들의 2017년 매출액만 들어봐도 ‘억’ 소리가 절로 난다.
방송에 따르면 대도서관은 지난해 약 17억 원을 벌었다. 정확한 액수가 확인되지 않은 1, 2월 정산 내역은 제외한 금액이다. 연매출 12억 원을 기록한 씬님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어 밴쯔는 10억 원, 윰댕은 4억 원을 각각 벌었다. 윰댕의 경우 법인 설립자라 월급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순매출액은 4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 크리에이터로 전향한 연예인들의 수익 공개도 ‘크리에이터 억대 연봉설’에 힘을 실었다. 현재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는 강은비는 원래 배우였다. 지난해 연말부터 개인 방송을 시작했는데 최근 “부모님께 매달 1000만 원 넘는 용돈을 드린다”면서 연예인 활동 시보다 수익이 늘었음을 알렸다. 또 보이그룹 엠블랙 출신의 지오도 아프리카TV에 출격했다. 개인 방송 시작 10일 만에 3000만 원을 벌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프리카TV BJ 월간 랭킹에 따르면 그가 아프리카TV 채널 개설한 3월 한 달간 번 금액은 1억 원을 넘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만큼의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억대 연봉은 상위 5% 크리에이터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유튜브 기준 구독자 70만 명 이상을 보유했을 때 월 1500만 원 선의 수익을 얻는다는 것. 그러면서 “업계 1위인 유튜브를 포함해 플랫폼마다 주요 수입원과 플랫폼-크리에이터 간의 수익 배분율 등이 다르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이 같은 수익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 광고 vs 후원 vs 구독… 크리에이터가 돈 버는 법
이 때문에 대개 크리에이터들은 여러 플랫폼을 함께 활용한다. 실시간 방송과 VOD 업로드 모두 가능한 유튜브는 기본이다. 특히 유튜브는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조회수와 스트리밍 수에서 여타의 플랫폼 대비 압도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여기에 실시간 방송에 특화된 아프리카TV나 게임 방송 전문 플랫폼인 트위치를 각자의 콘텐츠에 맞게 사용하는 식이다. 실제로 와이즈앱이 지난해 4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기준으로 조사한 ‘1인 미디어 플랫폼 모바일앱 월간 실사용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사용시간도 유튜브(703.9분) 아프리카TV(598.7분) 트위치(477.1분) 순으로 높았다.
그러다면 각 플랫폼별 주요 수입원과 수익 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유튜브는 광고 수익이 가장 높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 단가가 높은 광고들이 잘 배치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영상에 삽입된 광고를 시청자가 조회하거나 클릭할 때마다 일정한 수익금이 발생하는 방식. 시청자 후원 제도인 슈퍼챗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도입됐다. 최대 50만 원까지 한도가 정해졌으며 후원 금액이 높을수록 시청자가 보낸 댓글이 더 오래 채팅창에 머문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이 대표적이다. 시청자가 개당 110원에 구매한 별풍선을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는 식이다. 과거 3000만 원의 일결제한도가 적잖은 논란을 야기한 탓에 현재는 1일 100만 원 제한으로 낮춰졌다. 아프리카TV 역시 광고 수익이 발생하지만, 유튜브에 비해 수익의 정도는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트위치는 정기구독으로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청자가 달마다 결제하는 채널 구독료를 통해서다. 트윕·투네이션 등 서드파티를 통한 후원 제도도 있다. 또한 파트너 스트리머에 한해 방송 중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유료 응원 아이템인 비트의 경우 해외 결제만 가능해 국내에서 이용하기 어렵다.
(사진=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로고)
■ 플랫폼 수수료, 최대 50%까지… 기준은?
중요한 것은 수수료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사이 유통사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몫이다. 이 역시 플랫폼마다 다르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의 45%를 가져간다. 슈퍼챗 수수료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이나 업계는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유튜브가 슈퍼챗을 도입하면서 폐지한 후원제도인 팬펀딩의 수수료(0.21달러+후원금의 5%)보다 높은 비율이다.
아프리카TV는 BJ 등급에 따라 별풍선 수익의 수수료를 차등 설정했다. 일반 BJ에게는 40%를, 베스트 BJ에게는 30%의 수수료를 각각 떼어간다. 파트너 BJ의 경우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다. 광고 수익 수수료는 40%로 전해진다.
트위치는 정기구독 수익의 50%가 수수료다. 그러나 실제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절반 이하다. 시청자 결제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이 크리에이터 몫에서 제해지기 때문. 대신 서드파티로 후원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1% 수준으로 언급된 플랫폼 중 가장 낮다.
플랫폼마다, 심지어는 플랫폼 내부의 수익 장치에 따라서도 수수료가 다르다. 무슨 기준일까?
유튜브는 여기서도 비공개 원칙을 내세웠다. 대신 플랫폼보다 크리에이터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아프리카TV는 BJ 등급에 따라 수수료가 다른 이유에 대해 “아프리카TV 생태계에 더 기여하고 BJ로서 더 검증된 이들에게 이에 맞는 의무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등급이 높은 BJ일수록 아프리카TV 내 BJ와 시청자의 증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주장이다. 트위치는 수수료를 “수만 명에 달하는 스트리머의 재무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한 비용”이라고 규정했다.
플랫폼 의견을 종합하면 명확한 기준 없이 내부 판단에 맡긴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러나 이는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국내 1인 미디어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기준이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플랫폼들이 갑자기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담합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