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사극 천하가 된 추석 극장가가 식상함을 안기고 있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의 기대작 빅4가 나란히 개봉하고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그 뒤를 이어서 9월 중순부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대전이 열린다.
이번 추석엔 3편의 사극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 ‘물괴’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쳐 사극,‘안시성’은 고루려 안시성 전투를 담아낸 블록버스터, ‘명당’은 9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관상’을 잇는 역학 3부작으로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사극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물괴’가 9월13일 첫 포문을 열고 ‘안시성’ ‘명당’이 19일 나란히 개봉해 맞붙는다.
사극은 추석과 설, 명절의 단골 라인업이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맞게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극이나 시대극이 강세를 보여왔다. ‘명절엔 사극’이라는 공식이 완성되며 매년 명절이면 사극 작품이 항상 라인업에 합류해 있었다.
2013년 추석엔 ‘관상’, 2014년 설엔 ‘조선미녀삼총사’, 2015년 설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추석엔 ‘사도’, 2016년 설엔 ‘동주’ ‘귀향’, 추석엔 ‘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관상’은 당시 약 900만, ‘사도’는 620만, ‘밀정’은 7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최근 명절에 무조건 사극이 성공한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설엔 아예 사극 작품이 개봉하지 않았고 큰 기대를 받으며 2017년 추석 연휴에 개봉한 ‘남한산성’은 외화인 ‘킹스맨2’은 물론 복병이었던 ‘범죄도시’에게도 밀려 384만 관객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적어 보이지 않지만 손익분기점이 500만명엔 모자란다. 올해 설 연휴에 개봉한 ‘흥부’는 50만도 넘기지 못했다. 명절 때마다 개봉해 한국형 시리즈물을 계보를 잇고 있는‘조선명탐정’의 세 번째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도 설에 개봉해 244만 관객을 모았다. 이전 시리즈 수치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 추석엔 사극만 나란히 개봉된다. ‘물괴’는 조선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괴물 물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국내 사극 최초로 크리처물에 도전했다. ‘안시성’은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으로 평가되는 88일 간의 안시성 전투를 담아낸 작품으로 총 제작비만 200억원을 넘겼다. ‘명당’은 ‘관상’의 제작진이 뭉쳐서 만든 작품으로 땅의 기운으로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 앞에 몰락한 왕족 흥선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3편의 사극이 시대도 다르고 색도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1차적으로 장르 자체가 같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좁아졌다. 관객의 입장에선 사극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야 한다. 오히려 사극 대전 속 드문 현대극인 ‘협상’과 ‘원더풀 고스트’가 더 눈에 띄는 상황이다. 분명 스케일도 커지고 치열해 진 추석 대전이지만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