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펫스타 시대다. 요즘 SNS에서 인기인 반려동물 채널 구독자의 일상을 지켜보면, 아이돌 팬덤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 매일같이 SNS를 방문해 근황을 확인하고 댓글을 남긴다. 정성을 담은 선물을 집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 얼굴이 그려진 굿즈를 구매해 항상 소지하는 것도 필수다. 이처럼 요즘 웬만한 펫스타들은 온라인에서 아이돌 못잖은 인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인기의 빛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펫스타 세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뷰어스=손예지 기자] SNS 속 스타가 된 동물들도 처음에는 반려인이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뷰니멀족’의 등장과 맞물리며 오늘에 이르렀다.
2014년 ‘이웃집의 백호’라는 이름으로 SNS 계정을 개설한 강승연 씨 역시 마찬가지다. 백호에 앞서 기르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뒤 아이를 추억할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 SNS 개설을 결심했다. 웰시코기 백호와의 추억만큼은 오래 간직하고 싶었단다. 그렇게 출발한 ‘이웃집의 백호’는 4년이 지난 현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도합 65만 명에 달한다.
적잖은 시간 동안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공유해온 그가 최근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질문을 받은 강승연 씨는 이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해온 듯 천천히, 동시에 강단있게 자신이 해왔던 고민과 생각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무척 기쁜 마음”이라고 웃음 지었다.
▲ 백호의 일상을 SNS로 공유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강아지가 있었어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뒤 사진을 찾아보니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동생(강아지)을 추억하고 싶어도 기억은 흐려지기 마련이라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백호를 데려오기 전부터 일기처럼 딱 한 장씩이라도 매일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죠. 또 사진을 SNS에 올리면 데이터가 날아가더라도 후에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일기처럼 기록하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 추억 기록용으로 시작한 SNS가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부담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크게 없었습니다. 백호가 유명해졌다고 해서 내가 외부행사를 다니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요”
▲ 거리에서 백호를 알아보는 팬들도 많을텐데, 만져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백호가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없었나요?
“백호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낯선 사람들을 좋아하고 쉽게 인사해요. 덕분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고요. 오히려 사람 많은 곳으로 산책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백호를 알아봐주시는 것이 고맙습니다. 낯선 분들이 백호의 이름을 불러주시거나, 쓰다듬어 주시면 정말 행복해하거든요(웃음)”
▲ ‘이웃집의 백호’ 계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하거나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요?
“우선 백호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서 백호를 만나기 위해 산책회에 와주셨던 것이요. 또 백호의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 그 수익금을 유기동물센터에 기부할 때 뿌듯합니다. 상업적인 광고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서요. 오직 백호를 사랑해주시는 누나·형들의 이름과 백호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 최근 SNS를 통해 ‘지나친 악성댓글과 사생활 침해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데요
“‘이웃집의 백호’ 계정을 4년째 운영하면서 그런 일은 정말 극히 일부지만, 내 사생활에 대해 집요하게 묻거나 (이를 알아내기 위해) 백호가 다니는 병원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악성댓글도 그렇고, SNS 뒤에 결국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점점 확산하고 있는 펫스타나 뷰니멀족 문화가 반려동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보나요?
“이것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웰시코기 유기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거든요. 내가 백호의 일상을 공개하면서 웰시코기의 무분별한 입양과 파양에 일조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이기 보다 백호로 인해 달라진 가족 생활, 또 강아지와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일들도 이따금씩 쓰는 편이에요. 인형이랑 사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하고 파양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강아지와 살아간다는 것은 3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는데 해줘야할 일은 굉장히 많아요. 매일 산책을 나가야 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이며 아이의 알레르기 상태 등을 보호자가 파악하여 식습관 개선도 신경써야 하죠. 강아지의 하루는 사람의 일주일과 같다고 해요. 주인이 귀찮아서 하루 산책을 안 나가면 강아지는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밖에 못나간 것과 비슷한 거예요. 내 생활을 강아지에 맞춰 변화시키고 차근차근 맞춰나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백호와 같은 SNS 펫스타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런 목적을 가진 분들이 제발 반려동물 입양은 ‘상품’을 구매하는 게 아닌 ‘가족’을 들이는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SNS구독자수나 영상조회수를 늘리려고 동물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적잖죠
“유튜브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생각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콘텐츠를 기획하기 시작하면 연출된 상황이 많아지죠. 반려동물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제해야 될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나는 외부촬영이 동반되는 스튜디오 인터뷰나 촬영 역시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사람의 욕심 때문에 강아지가 스트레스 받는 것을 감내시킬 수 없으니까요. 밝은 조명·만들어진 세트·낯선 장비들과 원하는 장면이 나올때까지 통제되는 상황 속에서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영상을 찍기까지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반드시 알아주셔야 해요. 연예인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잖아요. 재능과 성격이 그에 맞아야 할 수 있죠.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는 사람도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생활 모습을 촬영하는 게 아니라 동물들이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담아 관심을 얻으려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 반려인으로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요?
“정말 많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동물학대 기사나 동물 체험카페 등을 볼 때마다 느껴요. 이런 현상을 보고 자라는 어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법과 인식 자체는 전혀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강아지 공장과 펫샵도 규제가 되어야할 것이며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교육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도 펫티켓을 전혀 지키지 않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앞으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는 더욱 증가할테니 제도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