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펫스타 시대다. 요즘 SNS에서 인기인 반려동물 채널 구독자의 일상을 지켜보면, 아이돌 팬덤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 매일같이 SNS를 방문해 근황을 확인하고 댓글을 남긴다. 정성을 담은 선물을 집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 얼굴이 그려진 굿즈를 구매해 항상 소지하는 것도 필수다. 이처럼 요즘 웬만한 펫스타들은 온라인에서 아이돌 못잖은 인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인기의 빛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펫스타 세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짱절미 인스타그램)
[뷰어스=손예지 기자] 동물 관찰 문화가 팬덤 문화로 발전된 모양새다.
동물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두고 ‘뷰니멀족’이란 말이 생긴 지 약 1년이 지났다. ‘뷰니멀족’의 등장은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기를 여건이 못 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관됐다. 이들이 SNS로 공유되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관찰’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데서 형성된 문화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단순한 ‘뷰니멀족’ 문화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SNS 속 동물 스타를 본격적인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펫스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아이돌 스타의 음반이나 음원을 사듯 펫스타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그를 위한 선물도 보낸다. 비용 문제로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해 SNS 관찰을 택한 ‘뷰니멀족’과는 분명 다르다. 콘서트와 팬미팅을 가는 것처럼 펫스타의 산책회(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SNS 슈퍼스타로 급부상한 강아지가 있다. 지난달 도랑에 떠내려가던 중 구조돼 제2의 견생(犬生)을 살고 있는 인절미다. 인절미는 이처럼 드라마틱한 사연과 귀여운 외양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인절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개설 한 달 여만에 팔로워 수 85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이 계정은 업로드되는 게시물마다 평균적으로 15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얻는다. 웬만한 연예인에 버금가는 정도이다. 그 연장선으로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자 인절미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인절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되는 새 게시물을 중계하는 것이다. 이는 인기 연예인의 SNS 활동에 대중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과 흡사한 현상이다.
(사진=곽동연 인스타그램)
온라인에서의 인기는 미디어의 주목을 부른다. 최근 SBS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앱 ‘하루’에서 인절미를 취재했다. 당일 인절미의 열성팬을 자처해온 배우 곽동연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곽동연은 인절미의 ‘성공한 팬’이라 불리며 만인의 부러움을 샀다. 곽동연 외에도 인절미의 연예인 팬들이 많다. 송은이·한승연·김소현·AOA 설현·나인뮤지스 혜미 등이 인절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인절미를 두고 ‘스타들의 스타’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또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인절미 견주에게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절미를 캐릭터화한 상품의 출시를 기대하는 이들도 생겼다. 실제로 인절미에 앞서 여러 펫스타들이 캐릭터 상품을 내놓고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국내 고양이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약 162만 명)를 보유한 ‘크림히어로즈’는 인기에 힘입어 인형·배지·에코백·달력 등 다양한 팬시 상품을 만들었다. ‘크림히어로즈’는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동물관련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최근 판매한 것은 캐릭터 우산으로, 지난 5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약 2억 9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애초 목표한 금액보다 1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인기 고양이 채널 ‘수리노을’과 ‘꼬부기 아빠’도 텀블벅에서 진행한 캐릭터 상품 프로젝트로 각각 3억원이 넘는 펀딩에 성공했다. 두 채널의 경우 목표치의 30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텀블벅 캡처)
펫스타의 인기는 도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발간된 ‘고양이의 주인이 되어보았습니다’는 유튜브 채널 ‘Ari는 고양이 내가 주인’ 운영자가 집필했다. 반려묘 아리와의 일상을 엮었다. 이 외에 서점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달려라, 달리!’ ‘꼬부기와 쵸비라서 행복’ ‘시바’ ‘히끄네집’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등도 펫스타와 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간된 ‘히끄네 집’은 당시 1만5000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터넷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위의 사례는 펫스타 역시 마치 아이돌 스타처럼 구매력을 갖춘 팬덤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펫스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화한 경우도 있다. 주식회사 바램이 만든 ‘시로앤마로’다. 바램의 김동환 대표가 기르던 반려견 절미를 모티프로 디자인된 캐릭터다. 현재 전국에 20여개 전용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약 2달간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상설 매장을 열었을 당시, 하루 평균 10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총 2억4000만 원 매출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리빙과 의류부터 식품·I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페리오·롯데·로이체 등과 손집고 ‘시로앤마로’ 캐릭터를 활용한 치약·칫솔·빵·야구 유니폼·무소음 무선 마우스를 출시했다.
이와 관련 한 캐릭터 라이선싱 전문 업체 관계자는 “요즘 SNS에서 인기를 끄는 반려동물들은 연예계 톱스타들과 맞먹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자랑한다”며 “동물 특성상 캐릭터화가 쉬워 굿즈 제작이 용이한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그런데다 요즘 소비자들이 아기자기한 캐릭터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라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