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19:아파트’의 마지막 작품 ‘포스트 아파트’는 정영두 연출, 공간·건축은 정이삭, 사운드는 카입, 영상은 백종관이 각각 맡아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정이삭은 ‘포스트 아파트’ 극장 안을 전시회와 연극, 무대, 강연장 등 여러 공간을 동시에 떠올리게 채웠다. 이는 앞서 정이삭이 다수 전시회와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스트 아파트’는 네 개의 무대에서 연극이 펼쳐지는 동시에 전시회처럼 이동하며 즐기는 극이다. 때문에 관객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도 안 되며 또 너무 분산되어도 안 된다. 정이삭은 ”가운데 큰 무대를 잡고 작은 무대 세 개를 더해 무대에 강약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핵심적으로 모든 관객에게 보여야 하는 장면은 큰 무대에 자리 잡고 그렇지 않은 장면은 세 무대에 분배했다. 어려웠던 점은 ‘정도를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이동 소요가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없어도 안되기 때문에 무대 공간에 확신을 갖고 진행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가 무대고, 객석인지 확실한 구분이 지어져 있지 않은 공간에 정이삭이 중점을 둔 곳은 지형이었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지형, 땅의 등고(等高)를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공연장의 무대는 평평한데, 이곳은 무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축소판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곳곳에 땅을 표현하고 풀, 베란다, 평상, 물, 모래 등의 요소를 담았다.” “관객도 무대의 한 부분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들만 무대에서 역할이 있는 게 아니고, 관객도 도시 공간 속 오브제가 되는 것, 즉 관객이 도시 속 많은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이삭은 공연 도중 강연을 펼치기도 한다. 건축가인 줄 모르는 관객이라면 배우의 퍼포먼스라고 오해할 만하다. “배우들처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이야기하는 거라 어렵지 않다. 단지 정해진 시간과 큐에 맞춰서 전달해야 하는 게 어렵다. 강연을 온 사람들의 리액션과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리액션도 달라 생각보다 어렵더라.” ‘포스트 아파트’는 극장에 들어가는 입구에 차단기가 있어 진짜 아파트로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이는 많은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이다. “오브제로 생각했던 부분이다. ‘경계’를 나타내고 싶었다. 논의 끝에 공간적인 형태로 나온 것이다.” 무대를 채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형식을 깨는 과정이었다. 전시회, 극장, 아파트 내부 등 다양한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은 기존의 ‘극장 내부’의 틀을 깨야 했다. “연출, 사운드, 무대, 영상을 담당한 네 명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논의해 균형 있게 작품을 완성하려고 했다. 형식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형식을 바꾸자는 논의를 많이 했다.” 그 과정은 서로 간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정 건축가는 강조했다. “서로 간에 양보했기에 영상, 음악, 공간이 마치 한 사람의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포스트 아파트’는 창작자로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려는 의지와 기존의 형식을 깨려는 노력이 있었다.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고 싶었지만,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무대는 안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실험적인 무대는 자칫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안기고, 이는 곧 완성도가 떨어진 작품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에 정 건축가는 더 고민했다. “실험적인 무대지만 안정감을 잡은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실험적이라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방만함인 거 같다. 사실 그건 준비가 덜 됐기에 늘어놓는 변명이다. 그 중심을 잡는 과정이 어려웠다.” ‘포스트 아파트’는 7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마주보기①] ‘포스트 아파트’ 정이삭 건축가 “형식 깨야 새로운 것 창출되죠”

김진선 기자 승인 2019.06.30 23:42 | 최종 수정 2139.01.02 00:00 의견 0
사진=두산아트센터
사진=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19:아파트’의 마지막 작품 ‘포스트 아파트’는 정영두 연출, 공간·건축은 정이삭, 사운드는 카입, 영상은 백종관이 각각 맡아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정이삭은 ‘포스트 아파트’ 극장 안을 전시회와 연극, 무대, 강연장 등 여러 공간을 동시에 떠올리게 채웠다. 이는 앞서 정이삭이 다수 전시회와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스트 아파트’는 네 개의 무대에서 연극이 펼쳐지는 동시에 전시회처럼 이동하며 즐기는 극이다. 때문에 관객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도 안 되며 또 너무 분산되어도 안 된다. 정이삭은 ”가운데 큰 무대를 잡고 작은 무대 세 개를 더해 무대에 강약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핵심적으로 모든 관객에게 보여야 하는 장면은 큰 무대에 자리 잡고 그렇지 않은 장면은 세 무대에 분배했다. 어려웠던 점은 ‘정도를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이동 소요가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없어도 안되기 때문에 무대 공간에 확신을 갖고 진행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가 무대고, 객석인지 확실한 구분이 지어져 있지 않은 공간에 정이삭이 중점을 둔 곳은 지형이었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사진=두산아트센터

“지형, 땅의 등고(等高)를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공연장의 무대는 평평한데, 이곳은 무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축소판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곳곳에 땅을 표현하고 풀, 베란다, 평상, 물, 모래 등의 요소를 담았다.”

“관객도 무대의 한 부분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들만 무대에서 역할이 있는 게 아니고, 관객도 도시 공간 속 오브제가 되는 것, 즉 관객이 도시 속 많은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이삭은 공연 도중 강연을 펼치기도 한다. 건축가인 줄 모르는 관객이라면 배우의 퍼포먼스라고 오해할 만하다.

“배우들처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이야기하는 거라 어렵지 않다. 단지 정해진 시간과 큐에 맞춰서 전달해야 하는 게 어렵다. 강연을 온 사람들의 리액션과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리액션도 달라 생각보다 어렵더라.”

‘포스트 아파트’는 극장에 들어가는 입구에 차단기가 있어 진짜 아파트로 들어가는 생각이 든다. 이는 많은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이다.

“오브제로 생각했던 부분이다. ‘경계’를 나타내고 싶었다. 논의 끝에 공간적인 형태로 나온 것이다.”

무대를 채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형식을 깨는 과정이었다. 전시회, 극장, 아파트 내부 등 다양한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과정은 기존의 ‘극장 내부’의 틀을 깨야 했다.

“연출, 사운드, 무대, 영상을 담당한 네 명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논의해 균형 있게 작품을 완성하려고 했다. 형식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형식을 바꾸자는 논의를 많이 했다.”

그 과정은 서로 간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정 건축가는 강조했다.

“서로 간에 양보했기에 영상, 음악, 공간이 마치 한 사람의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포스트 아파트’는 창작자로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려는 의지와 기존의 형식을 깨려는 노력이 있었다.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고 싶었지만,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무대는 안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실험적인 무대는 자칫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안기고, 이는 곧 완성도가 떨어진 작품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에 정 건축가는 더 고민했다.

“실험적인 무대지만 안정감을 잡은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실험적이라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방만함인 거 같다. 사실 그건 준비가 덜 됐기에 늘어놓는 변명이다. 그 중심을 잡는 과정이 어려웠다.”

‘포스트 아파트’는 7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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