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의 ‘유괴의 날’은 프롤로그, 4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 2개로 구성됐다. 추리 장르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프롤로그에 이어 첫 장 ‘유괴’를 다 읽을 즈음에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략 누가 범인이고 이 사건이 왜 일어나며, 어떻게 전개될지 그림이 그려지는군.” 그러나 이내 2장으로 들어가면서 저 자신감은 무너진다. 인물들의 직업과 캐릭터를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사건의 밑그림을 그려지지만, 그들을 한데 묶으려면 역시 끝까지 봐야 한다. ‘유괴의 날’ 스토리는 이렇다. 오로지 아픈 딸 희애만 생각하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명준은 3년 전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의 ‘범죄’ 제안에 따른다.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는 것이다. 로희의 집으로 가던 중 길에서 실수로 로희를 차로 쳤고, 로희는 기억을 잃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유괴의 모양새를 갖춘 명준은 로희의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려 하지만, 이미 로희의 부모는 누군가에게 살해됐다. 천재라 불렸던 10대 소녀 로희는 어설프고 단순한 명준을 의심하고 결국 기억이 돌아온다. 이후 사건은 로희의 존재, 로희 부모의 살해,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키다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스릴러 장르지만 ‘유괴의 날’은 의외로 유쾌하다. 유괴를 당한 로희와 유괴를 한 명준의 위치가 소설 초반부터 바뀌면서, ‘유괴’라는 범죄의 무게는 덜어진다. 게다가 로희가 아버지로부터 모진 대우를 받았고, 그에 비해 명준은 유괴범이지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 ‘가족’의 정의가 어떻게 성립되어야 하는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로희와 명준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가 극 전체를 유쾌하게 만들어 한 축을 형성한다면, 로희와 로희 부모, 그리고 살인사건의 이면에 얽힌 이야기와 그 주변 사람들의 욕망이 보여주는 무거움은 또다른 축을 형성해 균형을 이루게 한다. 즉 로희와 명준이 ‘유괴’라는 범죄를 놓고 엉뚱하게 ‘가족’을 정의를 고민케 했다면, 로희와 로희 부모는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놓고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욕망’을 살펴보게 했다. 둘 다 당연하게 맺어져야 할 결론을 엉뚱하게 끌고 간 셈이다. 특히 돈과 명예 그리고 자식에 대한 욕망이 각각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3장 ‘두 번째 유괴’를 다 읽고 나면 성급한 독자는 또 한번 결론을 낼 것이다. 그것을 작가는 4장에서 한번 더 꼬아서 방향을 튼다. 모든 스릴러 장르가 그렇듯이,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모든 이야기를 스르르 풀어버린다. 보통 이 지점에서 스릴러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감탄 아니면 허무함일 것이다. 다행이 ‘유괴의 날’은 감탄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오히려 다소 아쉬운 것은 에필로그다.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이야기다. 물론 작가가 후속을 쓴다면 오히려 에필로그는 ‘아쉬움’이 아니라, 훌륭한 연결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도서;뷰] 유쾌하지만 무거운, ‘유괴의 날’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8.21 09:56 | 최종 수정 2139.04.10 00:00 의견 0

 

정해연 작가의 ‘유괴의 날’은 프롤로그, 4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 2개로 구성됐다. 추리 장르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프롤로그에 이어 첫 장 ‘유괴’를 다 읽을 즈음에 생각하게 될 것이다.

“대략 누가 범인이고 이 사건이 왜 일어나며, 어떻게 전개될지 그림이 그려지는군.”

그러나 이내 2장으로 들어가면서 저 자신감은 무너진다. 인물들의 직업과 캐릭터를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사건의 밑그림을 그려지지만, 그들을 한데 묶으려면 역시 끝까지 봐야 한다.

‘유괴의 날’ 스토리는 이렇다. 오로지 아픈 딸 희애만 생각하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명준은 3년 전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의 ‘범죄’ 제안에 따른다.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는 것이다. 로희의 집으로 가던 중 길에서 실수로 로희를 차로 쳤고, 로희는 기억을 잃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유괴의 모양새를 갖춘 명준은 로희의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려 하지만, 이미 로희의 부모는 누군가에게 살해됐다. 천재라 불렸던 10대 소녀 로희는 어설프고 단순한 명준을 의심하고 결국 기억이 돌아온다. 이후 사건은 로희의 존재, 로희 부모의 살해,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키다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스릴러 장르지만 ‘유괴의 날’은 의외로 유쾌하다. 유괴를 당한 로희와 유괴를 한 명준의 위치가 소설 초반부터 바뀌면서, ‘유괴’라는 범죄의 무게는 덜어진다. 게다가 로희가 아버지로부터 모진 대우를 받았고, 그에 비해 명준은 유괴범이지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 ‘가족’의 정의가 어떻게 성립되어야 하는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로희와 명준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가 극 전체를 유쾌하게 만들어 한 축을 형성한다면, 로희와 로희 부모, 그리고 살인사건의 이면에 얽힌 이야기와 그 주변 사람들의 욕망이 보여주는 무거움은 또다른 축을 형성해 균형을 이루게 한다.

즉 로희와 명준이 ‘유괴’라는 범죄를 놓고 엉뚱하게 ‘가족’을 정의를 고민케 했다면, 로희와 로희 부모는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놓고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욕망’을 살펴보게 했다. 둘 다 당연하게 맺어져야 할 결론을 엉뚱하게 끌고 간 셈이다. 특히 돈과 명예 그리고 자식에 대한 욕망이 각각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3장 ‘두 번째 유괴’를 다 읽고 나면 성급한 독자는 또 한번 결론을 낼 것이다. 그것을 작가는 4장에서 한번 더 꼬아서 방향을 튼다. 모든 스릴러 장르가 그렇듯이,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모든 이야기를 스르르 풀어버린다. 보통 이 지점에서 스릴러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감탄 아니면 허무함일 것이다. 다행이 ‘유괴의 날’은 감탄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오히려 다소 아쉬운 것은 에필로그다.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이야기다. 물론 작가가 후속을 쓴다면 오히려 에필로그는 ‘아쉬움’이 아니라, 훌륭한 연결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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