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허용준 사장, 보령제약 김정균 대표,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사진=GC녹십자, 보령제약, 유유제약)
국내 제약사들이 오너 3세들에 경영승계 움직임을 보이면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타 업계에 비해 전문경영인 대신 자녀에게 회사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젊은 사고로 급변하는 업계 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오너 3세 가업승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짙던 전통 제약사들이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새로운 업계 환경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GC녹십자 오너 3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형인 GC녹십자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을 이끄는 데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현 GC녹십자 허일섭 회장의 친아들은 아니다. 허 회장의 친형인 고 허영섭 전 회장의 두 아들로, 현 회장의 2세가 아닌 조카가 경영권을 받았다. 허용준 사장은 지난 2009년 부사장으로 승진 후 11년 동안 녹십자홀딩스 경영을 이어갔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허은철 사장과 형제경영 체제를 구성한 이후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일섭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지만 경영을 이어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능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령제약그룹도 지난 2019년 말 김은선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령홀딩스 김정균 대표로 경영권이 승계됐다. 김정균 대표는 1985년생으로 제약업계 수장 중 가장 젊은 편이다. 김 전 회장의 외아들인 만큼 보령제약의 후계구도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고 업계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균 대표는 지난 2014년 이사대우로 보령제약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 후인 2016년에는 상무(인사팀장)로 승진하면서 빠르게 경영권을 잡을 것을 시사했다. 예상대로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보령제약 지휘봉을 건네받았다. 젊은 대표답게 바이오벤처 투자를 확대하며 저돌적인 경영 쇄신에 나섰다. 아직 특별한 성과를 나타내진 않았으나 업계에선 전폭적인 투자 뒤 결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유유제약도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3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유제약 창업주 고 유특한 회장의 손자이자 유승필 회장의 장남 유원상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이다. 지난 2008년 유유제약에 입사해 13년간 경영 전반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인재영입과 조직개편 등에 신경 써 직급 통합과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신약개발을 향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투자 대비 성과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제네릭 제품 생산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신약개발의 경우 많은 임상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시장에 출시되는 등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시장에 당장 신약을 내놓지는 못 하겠지만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