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씨소프트)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확률을 알아야 게임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고,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게임업계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확률을 알 수도 없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활용되는 일종의 '뽑기' 형태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은 이용자가 어떤 아이템을 획득하게 될지 구입 전까지 알 수 없다. 이에 사행성 지적이 계속돼왔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다.
개정안은 게임제작사업자 또는 게임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에 등급, 게임 내용정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게임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5일 문체위 소속 의원실에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라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확률 산정의 불가능성도 지적했다. 게임사들도 아이템의 정확한 확률을 알지 못한다는 것.
협회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각 게임마다 확률형 아이템을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므로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도 그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사업자로서는 애당초 특정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공급확률의 산정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올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으로 인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게임 최상위 등급 아이템인 ‘신화 무기’는 제작하는 데 2억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신화 무기는 2중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 과정에서 탄생하나 엔씨소프트는 첫 번째 단계의 확률만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초고가의 아이템을 확률도 모르는 상태로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뜨렸다.
현행 자율규제는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하는 아이템(캐시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템을 이용해 다시 뽑기를 하는 경우(확률형 아이템)는 공개 의무가 없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에서 추진 중인 내용이 아니다보니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의무규제로 바뀐다해서 게임사 매출이 줄 것 같진 않다"고 전제한 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중 가챠(확률형 아이템을 말하는 일본어)를 막기 위해 일일이 개입을 해서 경제성 있는 법안을 만들기에는 게임마다 사업모델이 달라서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컴플리트 가챠(Complete チャ)는 오직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모아서 더욱 희귀한 상품을 뽑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카드 배틀 게임에서 많이 사용됐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재 게임사 자율규제를 통해 어느정도 공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들어왔을 때 소비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크진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무적인 확률 공개가 게임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고가형 아이템의 경우 확률이 매우 낮아 유저들이 반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게임사들이) 그 부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