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70살 노인과 발레, 이 생소한 조합이 빚어내는 감동이 안방을 적시고 있다. 이는 논란 없는 ‘착한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인 tvN 드라마 ‘나빌레라’ 얘기다.
잘 알려졌듯 이 따뜻한 이야기는 다음 웹툰 ‘나빌레라’에서 출발했다. 앞서 영화로 제작된 슈퍼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해치지 않아’ 등 작품을 줄줄이 흥행시킨 HUN 작가와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체로 정평 난 지민 작가가 손발을 맞춘 ‘나빌레라’는 2016년 7월 첫 연재를 시작해 8800만회 누적 조회 수를 올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IP 가운데 하나다.
원작을 향한 관심에 힘입어 6일 인터뷰를 공개한 HUN 작가와 지민 작가는 드라마화 된 ‘나빌레라’를 보는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HUN 작가는 “여태 많은 웹툰이 영상화 됐지만 만화적 표현과 영상 연출은 완전히 구분된 영역이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진의 세밀한 각색이 덧대져 원작의 감동이 새롭게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민 작가는 “덕출 할아버지를 맡은 박인환 배우의 연륜과 채록 역 송강 배우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즐기고 있다”면서 “드라마를 계기로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나빌레라’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무용수의 꿈을 품은 70살 덕출과 뛰어난 재능에도 방황을 거듭하는 20대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기를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낸 작품이다.
드라마에는 56년 동안 브라운관을 누빈 베테랑 박인환이 덕출 역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등에서 활약한 청춘 스타 송강이 채록 역을 맡았다. 덕출의 가족으로 나문희를 비롯해 정해균 신은정 정희태 등 연기파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
여러 웹툰 중에서도 ‘나빌레라’는 주 독자층인 MZ 세대와 중장년층의 고른 선택을 받은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꿈을 향한 쉼 없는 열정과 세대를 뛰어넘는 등장인물의 교감, 공감 가득한 가족 이야기에 힘입어서다.
특히 난데없이 발레를 하겠다는 노인 덕출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과 화합 스토리는 모두의 눈시울을 적셨다. HUN 작가는 “중장년층 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웹툰 중 하나가 ‘나빌레라’다. 이 작품을 연재하면서 처음으로 할머니 독자께 팬레터를 받았다”면서 “10년만 어렸더라도 쓰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작품에는 어른이 되고 깊어진 나와 가족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다”고 떠올렸다.
이야기를 쓰려 가장 많이 참고한 사례 역시 가족이었다. HUN 작가는 “유년시절부터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덕출의 가족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며 “모두가 경험하는 가족을 담았기에 ‘나빌레라’가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 대미를 장식하는 파드되(2인무) 장면을 비롯해 디테일한 발레 이야기도 만화의 흥행을 이끈 요소였다.
HUN 작가는 이원국 발레단을 이끄는 이원국 단장과 김현웅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등 여러 발레 전문가들을 취재해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다듬었다.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작화로 원작의 감동을 끌어올린 지민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발레 관련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섭렵했다고 한다.
지민 작가는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 춤선 등 기본에 충실한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다”며 “특히 영국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로 이름을 날린 세르게이 폴루닌의 다큐멘터리 ‘댄서’를 보고 큰 영감을 받았고 그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방영에 발맞춰 지난달 22일부터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에서 새로 연재되고 있는 ‘나빌레라’ 4부(커튼콜)도 화제다.
“단순한 특별편이 아니라 본편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새 시즌”이라는 HUN, 지민 작가의 말처럼 뛰어난 발레리노로 자라난 채록의 또 다른 성장담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며 새 독자들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4부는 총 11회로 연재될 예정이다.
최근 다음웹툰에서 액션물 ‘랑데부’ 시즌1을 인기리에 마무리한 HUN 작가와 지민 작가는 현재 시즌2 집필 작업도 몰두 중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황혼에서 발레리노를 향해 날아오르는 덕출을 보며 이들 작가가 떠올린 각자의 꿈은 무엇일까.
HUN 작가는 “작품 활동을 아무리 오래해도 40~50년일 텐데 한 두가지 장르에만 국한된 창작을 하고 싶진 않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를 하는 작가, 또 매번 색다른 작품을 시도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민 작가는 “전설적인 만화가이신 이두호 선생님께서 ‘그림은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었다”며 “할머니가 되어서도 꾸준히 펜을 잡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