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가 줄줄이 IRP(개인형 퇴직연금)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정책에 경쟁자인 은행권은 썩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고객을 뺏길 수 있어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처음으로 IRP수수료 0원을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다이렉트 IRP’를 출시해 연간 0.1~0.5% 가량 지출되는 수수료를 100% 면제하기로 했다. 기업에서 받는 퇴직금과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본인이 추가로 납입하는 개인납입금 모두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를 시행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꽤 파격적인 행보다.

삼성증권 이후로 미래에셋, 유안타, 한국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이 연이어 비슷한 조건으로 IRP수수료 ‘0원’을 선언했다. 특히 유안타·KB증권은 대면/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에 상관없이 모두 수수료 면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애초 IRP시장은 은행이 주도했다. 다만 은행의 상품은 원금보장성만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증권사에 비해 수익률이 낮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IRP 계좌 평균수익률은 30%에 달하는 반면, 은행권 1위인 KB은행의 수익률은 약 9% 정도다.

이같은 수익률을 무기로 증권사의 IRP 적립금은 2019년 말 5조773억원에서 2020년 말 7조5485억원으로 약 48.6%의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들의 수수료 제로 선언은 은행권에 IRP 계좌를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IRP수수료 면제가 뜨거운 이슈인 만큼 사측도 현재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NH금융투자도 이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은 쉽게 ‘제로수수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이벤트 중심으로 기존고객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바람이 분다’ 이벤트를 6월말까지 시행한다. ▲100만원 이상 추가입금 고객 ▲ISA만기자금 개인형 IRP입금 고객 ▲개인형 IRP 10만원 이상 신규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이슨 공기청정기 등 상품을 증정한다.

KB국민은행도 오는 6월까지 개인형 IRP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꽃길’ 이벤트를 시행했다. ▲10만원 이상 신규 가입자 ▲자동이체 10만원 이상을 1년 이상 등록 ▲100만원 이상 신규가입 ▲타 금융기관사에 보유한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를 KB국민으로 100만원 이상 이체한 고객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 등을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