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옥 D타워 돈의문.(사진=DL이앤씨)
건설사의 자존심 싸움이자 사업 부문별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시공능력평가가 올해도 어김없이 발표됐다. 시공능력평가를 단순한 줄 세우기가 아닌 각 건설사의 강점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위부터 5위까지, 6위부터 10위까지 10대 건설사의 강점을 파악하고 각 건설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올해 시공능력평가(시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순위 하락이다. DL이앤씨는 올해 시평액 6조 4992억원을 기록하며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조 1000억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던 DL이앤씨다. 1년 만에 무려 5조원 가까이가 시평액에서 빠져나갔다.
사라진 5조원 대부분은 경영평가액에서 빠져나간 금액이다. DL이앤씨의 경영평가액은 지난해 4조 6083억원이었으나 올해 1조 392억원에 그쳤다. 3조 5000억원 이상이 낮게 책정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인정받으며 3위에 올랐던 DL이앤씨는 그룹 분할로 인해 경영평가액에서 손해를 봤다.
DL이앤씨의 갑작스런 경영평가액 증발은 평가 기준 변화에 기인한다.
DL이앤씨는 그룹 분할로 인해 신설법인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신설법인의 경우 건설업기업진단지침에 따라 자본금을 재평가 받아야 한다. 기존 법인이 실질자본금(총자산-총부채)을 인정받는 것에 비교하면 손해를 볼 수밖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DL이앤씨의 자본금은 지난해 4조 4782억원에서 올해 1조 2990억원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영업대여금이나 투자부동산, 종속회사 주식 등이 모두 제외되면서다.
DL이앤씨의 순위 하락은 일시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생 법인으로 취급되면서 기준이 달라진 평가를 받은 게 문제이지 기업의 펀더멘털 손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DL이앤씨가 내년에는 다시 건설사 'BIG 5'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장밋빛 미래를 뒷받침 한다. DL이앤씨는 상반기 매출 3조 621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2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5%, 22.5% 줄었으나 업계 최고 수준인 영업이익률(11.4%)를 기록했다. 올해 시평 기준 5대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1%에 그쳤다. 단순 시공사를 넘어 고수익 디벨로퍼의 진화를 꿈꾸는 DL이앤씨의 청사진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전경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 방향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IPO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가치 올리기에 힘쓰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평 순위 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7위에서 6위로 오른 현대엔지니어링은 시평액도 약 7조 6000억원에서 8조 4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실적평가액(1조 7481억원→2조 2억원) ▲경영평가액(4조 7006억원 4조 8197억원) ▲기술능력평가액(7717억원→1조 997억원 ▲신인도평가액(4205억원→5572억원)으로 모든 부문 평가액이 올랐다.
특히나 도시정비사업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건축 아파트 부문 10위권에 진입했다. 평가액은 1조 1835억원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태영건설에게 밀리면서 해당 부문 순위권 진입에 실패했으나 올해 아파트 부문 반등으로 공사실적평가액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게 이 같은 시공능력평가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도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수주 1조원 이상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주택 사업에 나서고 있다.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꾼 뒤 기존 건설사와는 차별화 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순위는 유지했으나 시평액은 5조 1806억원에서 4조 9162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올해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 가치를 제고한 뒤 오는 2023년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가 그리는 계획은 공사실적에서도 찾을 수 있다. 토목과 산업·환경설비 모두 5위를 차지한 SK에코플랜트는 특히 토목 부문 중 택지·용지 조성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성액 기준으로 1조282억원이다. 산업·환경설비 부문 중 산업생산시설은 9898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롯데건설이 직방과 손잡고 가상공간인 메타폴리스 내에 구현한 롯데건설 건물 이미지(사진=롯데건설)
■내실경영으로 약진하는 롯데건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은 지난해 8위에서 7위로 순위상승했다. 시평액 총액도 6조 5158억원에서 6조 7850억원으로 늘렸다. 경영평가액이 2조 147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롯데건설은 올해도 건전한 재무상태를 바탕으로 내실경영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롯데건설은 내실경영 바탕 속에 새로운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 중 최초로 프롭테크 기업 '직방'과 업무협약을 맺고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폴리스'에 롯데건설 사옥을 세우기도 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 타운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시평액이 5조 6103억원으로 지난해 6조 1593억원 대비 9% 가량 감소했다. 공사실적평가액(2조 2543억원→2조 510억원과 경영평가액(3조 1243억원→2조 8060억원)이 모두 감소했다.
실적도 고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507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223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1.5% 줄었다.
다만 DL이앤씨와 마찬가지로 영업이익률에서 좋은 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률은 14.8%로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했다.
하반기 반등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도시정비, 민간도급 위주의 추가 수주가 예상되는 만큼 2017년에 기록한 7.5조 원에 버금가는 신규수주를 기대해볼만 하겠다"며 "상반기 수주 성과로 하여금 수주 경쟁력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됐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C현산의 역세권 개발사업중 용산과 공릉은 연말 착공 예정이며 광운대는 내년 착공 계획이다”라며 “개발속도 지연 이슈가 있음에도 용적률 상향과 토지가치 상승 등은 호재로 다가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