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방한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미래 경제안보의 핵심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최초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안내를 계기로 그간 가석방 상태의 잠행모드가 해제되고 사면·복권에 대한 필요성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공장 공개…바이든, 이재용에 메시지 주목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 오후 반도체 생산공장 세계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다. 미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한해 헬기를 타고 지나가며 평택 공장을 내려다본 일은 있다. 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대한 규모에 놀랐다’고 언급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양국 정상이 이례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경제 안보 동맹’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외국 정상은 주요 회담 일정을 마친 후 산업현장을 둘러보는 정도였다면 이번은 회담 전부터 산업현장을 둘러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기술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가 미국 기술 안보의 중요한 축임을 전 세계에 공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평택 공장을 둘러볼 예정이라는 것은 한·미가 반도체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직접 공장을 안내할 것을 대비해 리허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함께 임원들도 총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 등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도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도 이 부회장에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다. 평택공장은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를 갖췄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D램과 낸드를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한다. 현재 평택 1라인(P1)과 2라인(P2)은 가동 중이고, 3라인(P3)은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4라인(P4)은 부지를 확보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평택공장을 방문하면 삼성은 세계 최초 3나노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GAA기술을 반영한 3나노 1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3나노 개발은 삼성이 전 세계 1위인 TSMC보다 반년정도 기술력이 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노 기술은 반도체 칩 회로 선폭 규격으로 가늘수록 많은 소자들을 넣을 수 있어 제품을 소형화하고 큰 성능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외빈 초청만찬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일 안내‧21일 국빈 만찬 참석 이재용, 사면‧복권될까
바이든 방한 일정을 함께 참여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20일 평택공장 안내에 이어 21일에는 국빈 만찬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석방 상태인 이 부회장은 경영 관련 행보에도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사면‧복권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바이든 대통령 일정에 참석한다. 한·미 정상회담 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국빈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참여한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경영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상태다. 이로 인해 취업 제한을 비롯해 매주 관련 재판에도 참석해야 한다. 재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열리고 있다. 이에 경영을 위한 해외 행보 등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잦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엔 윤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에 참석했다. 지난 17일엔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을 찾아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을 조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UAE 무하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행보를 볼 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삼성 경영과 산업계 발전에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어 그의 사면에 관심이 쏠린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를 내놓으면서 산업계와 함께 정책을 꾸려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들의 사면‧복권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