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게임업계가 올해 상반기 주춤했다. 그간 공들여온 신작 개발과 블록체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높아진 인건비도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뷰어스는 게임사의 상반기 성적을 돌아보고 반등 요소를 찾아봤다. -편집자 주-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호요버스의 RPG '원신'. (자료=호요버스)
35도가 넘는 폭염경보와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도 게이머 3만명이 운집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 끝 모를 줄이 이어졌다. 중국 게임 '원신'(Genshin Impact)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최한 '원신 2022 여름 축제'의 장면이다.
중국 게임은 더 이상 짝퉁이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예고된 비극"이라고 평가한다. 서브컬쳐 위주의 중국 게임은 자국 내 검열과 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주 공략 시장은 시장 규모가 큰 한국과 일본 등이다. 반면 중국 당국은 국내 게임사에게 여전히 '판호' 빗장을 걸어놓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들은 지난해 7월 당국의 청소년 대상 규제 기조가 강해지자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텐센트와 호요버스를 비롯해 요스타, 37모바일게임즈 등 유명 게임사가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던 것이 20년만에 역전됐다. 그동안 '짝퉁' 게임의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의 게임 개발력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호요버스는 '붕괴3rd'와 '원신' 등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호요버스의 대표작인 붕괴3rd와 원신은 게임 간의 콜라보를 통해 자사 게임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등 매니아층을 탄탄히하고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출시한 '원신'은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시 9일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위에 올랐고 올해도 여전히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37게임즈가 국내 출시한 히어로즈 테일즈는 올해 1주년을 맞이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밀어내고 19일 기준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스타는 넥슨게임즈가 개발을 맡은 '블루아카이브'의 일본 유통사다. 국내에도 디펜스 장르 수집형 RPG '명일방주'와 '벽람항로' 유통 등으로 잘 알려졌다.
호타스튜디오가 개발한 '타워오브판타지'. 지난 11일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자료=타워오브판타지 공식 커뮤니티 캡처)
상반기부터 하반기 국내 상륙을 예고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타워오브판타지'도 중국 개발사인 호타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지난 11일 출시 이후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6위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순위도 8위에 오르는 등 순항 중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텐센트의 공격적인 인수도 국내 게임사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텐센트의 지난해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1743억 위안(33조3226억원)이다. 중국 게임 매출 성장은 6%에 그쳤으나 해외 게임 매출에서는 31% 성장하며 해외 공략에 힘을 쏟은 결과가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텐센트는 국내에서 영향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올해 투자 자회사를 통해 크래프톤 2대 주주(지분율 13.53%) 자리를 차지했으며 넷마블의 지분도 17.52%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국내 게임사에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텐센트는 지난달 말 한국게임산업협회 이사사로 합류하면서 국내 게임 시장 진출 활로를 지속적으로 뚫어나가고 있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힘겨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버거운 경쟁 상대가 더욱 늘어난 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좁고 인구수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게임산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게임사의 대규모 진출은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은 어려운데 중국 게임사의 국내 진출은 크게 어렵지 않다"며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외교적인 차원에서 풀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