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게임업계가 올해 상반기 주춤했다. 그간 공들여온 신작 개발과 블록체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높아진 인건비도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뷰어스는 게임사의 상반기 성적을 돌아보고 반등 요소를 찾아봤다. -편집자 주-
"신작 출시 일정은 지연되고 기대감은 높아지는데 솔직히 신작이 어지간하게 흥행하지 않고는 쉽지 않다" 중견게임사 홍보팀의 하소연이다.
높아진 인건비 부담에 대형 게임사만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에 주력한 중견게임사 위주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신사업 진출에 따른 인건비 투입에 비해 수익화는 안갯속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게임사는 자체 메인넷 확장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 그대로 기호지세(騎虎之勢)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시점에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대표 이미지. (자료=컴투스)
■ 역대급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뚝'…컴투스, 대형 IP 통한 반격 가능할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컴투스는 올해 상반기 326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2695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87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1억원으로 96% 가량 급감했다.
컴투스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 투자와 함께 인력 채용에 집중하면서 2분기 인건비가 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 증가했다. 신작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이하 크로니클)'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도 상반기에 283억원을 집행했다. 하반기에도 신작의 대규모 마케팅을 시사하며 마케팅 비용이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결국 블록체인 사업의 수익화와 신작 '크로니클'의 흥행 여부가 하반기 실적에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출시한 크로니클의 매출 순위와 인기 순위 등은 구글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집계가 되지 않았으나 출시 하루를 앞두고 애플앱스토어 다운로드 인기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 기대감은 나온다.
또 국내 서버에 이어 오는 11월 글로벌 서버 오픈도 관건이다. 서머너즈워 IP가 해외에서 흥행한 점과 함께 P2E시스템 도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 사업 수익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컴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콘텐츠 매출 대비 외주용역비 비중이 차이로 인해 전망치에 다소 미달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P2E 게임,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사업 잠재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르M 지하철 역사 광고. (사진=위메이드)
■ 위메이드, 블록체인 인력 충원 인건비·신작 마케팅에 '삐걱'
위메이드는 2분기에 신작 '미르M'을 출시하면서 국내 일 평균 매출 6억6000만원을 올렸다. 신작 효과에 힘입어 2분기 매출액은 10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33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8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544억원의 영업이익과는 대조적이다.
높아진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가 발목을 잡았다. 2분기 기준으로만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244% 급증한 56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위메이드는 지속적으로 인력을 충원해 블록체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신사업 투자를 위해 분기별로 최대 100명의 인원을 충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른 인건비 증가 폭은 분기당 3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장 대표의 계산이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고 인건비와 광고선전비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올해 인건비와 광고선전비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펄어비스 과천 신사옥. (사진=정지수 기자)
■ 펄어비스, 신작 지연에 된서리…실적 반등 요소도 올해 찾기 힘들어
신작 출시 지연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던 펄어비스는 실적 부분에서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신작 개발을 위해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기대작인 '붉은사막'의 연내 출시는 불투명하다. 이에 지난해 11월 기준 14만5200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한 펄어비스의 주가는 지난 4월 최저가 4만7700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신작 지연에 따른 기대감 하락도 반영된 결과지만 펄어비스의 올해 실적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해 상반기 18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1894억)원에 비해 매출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반면 영업이익은 7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떨어진 배경은 인건비의 증가다. 2분기 기준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506억3200만원이다. 전체 영업 비용의 절반 이상인 51.5%를 차지했다. 분기 매출 기준(940억원)으로는 매출액의 54%에 해당한다.
조석우 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2분기 중 자사주를 포함한 약 8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며 “이는 전 직원이 함께 미래 가치를 나누기 위한 보상 방식으로 작년에 도입한 ‘자사주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의 실적 부진 탈출구는 결국 신작 출시가 될 전망이다. 펄어비스도 '붉은사막'의 빠른 출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 비공식으로 참가해 붉은사막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클로버는 빨라야 연말 혹은 내년 1 분기까지 출시가 연기될 것으로 보이고, 붉은사막은 빠르면 내년 2 분기에 출시될 전망이다"라며 " 올해 하반기는 신작 부재와 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부진 지속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