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앞뒤 다른 얼굴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은행들이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규모 손실로 인해 이슈가 된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사태 피해자는 대부분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7일 기준 현재 잔액이 남아있는 독일, 영국, 미국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은 210개(펀드수)로 3243명 투자자(법인 222개 포함)에게 7950억원이 판매됐다.
지난달 25일 현재 잔액은 6723억원으로 이중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 예상손실액은 3513억원이다.
금감원은 우리·하나은행이 판매한 3956건의 DLF 판매건수 가운데 20% 안팎을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의심 사례는 서류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며, 향후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DLF에 투자한 이들 가운데 절반은 60대 이상이다. 개인 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50%, 70대 이상도 20%가 넘는다. 노후를 위해 준비해뒀던 돈을 은행직원들의 안전하다는, 손실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은행에 전 재산을 내맡겼다가 미래를 잃게 된 것이다.
은행들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우리은행은 시니어 고객의 더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다양한 정보 및 서비스를 탑재한 ‘시니어플러스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시니어플러스 홈페이지는 은퇴·재무설계 등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건강, 여가, 일자리 등 시니어 관심 정보와 특강 등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니어들의 이용편의를 위한 큰 글씨 기능,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Q&A해피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8월 용인시 기흥구 소재 실버타운 내에 입점해 있는 삼성노블카운티 PB센터를 테스트 점포로 선정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PB센터에 설치된 문자통역 태블릿 PC를 통해 청력 감퇴로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 고객에게 은행 직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시켜 준다. 시범서비스가 끝나면 고객들의 반응 및 개선사항 등을 반영해 고령층 손님이 많은 주요 지역 거점 점포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시니어 고객 맞춤형 앱 ‘골든라이프뱅킹’을 운영 중이다. ‘골든라이프뱅킹’은 모바일뱅킹이 낯선 시니어 고객을 위해 익숙한 통장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확대된 글씨체와 간편한 화면 구성으로 계좌조회·이체 등 금융거래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앞에서 고령층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면서 뒤에선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해 손실 규모가 커지는 상황인데도 투자자에게 위험을 경고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품 구조까지 바꿔가며 DLF를 지속적으로 판매해 온 것이다.
실제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F 설계 및 판매와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수수료는 총 4.93%에 달했다. 이는 은행이 DLF를 판매하며 투자자에게 제시한 약정 수익률인 2.02%(6개월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DLF 상품 설계와 헤지 부담을 안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3.43%의 헤지수수료를 챙겼고 은행(1.00%), 증권사(0.39%), 자산운용사(0.11%) 등도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떼 갔다.
특히 은행의 경우 펀드 매수 시점에만 발생하는 일회성 수수료인 선취 판매수수료 기준으로 DLF 만기를 6개월로 정하면 연 2회 판매가 가능하므로 연 2%의 수수료 수입이 가능하다.
한 소비자는 “은행은 사람들이 제일 믿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제1 금융권 아니냐”면서 “이래서야 어떻게 은행에 상품을 상담 받고 가입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복잡한 고위험 상품이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돼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면서 “금융시장의 불공정함으로 국민들의 억울함이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