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23 위메이드 부스 전경. (사진=위메이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게임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전과 달리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을 감추고 대신 게임성과 탈중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이 메타버스 기반 '모두의 마블2: 메타월드'를 오는 19일 한국과 중국 등 일부 시장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
이 게임은 뉴욕과 파리, 서울 그리고 방콕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NFT 거래가 동반되는 게임이다. 기존 모두의마블에 블록체인 '디센트럴랜드'가 결합된 구조다. 전작의 게임성을 기반으로 실제 지적도에 기반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월드'에 게임을 구현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넷마블은 '모두의마블2'를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가 운영하는 MBX 생태계에 온보딩(연동)할 예정이다.
넷마블이 아껴둔 '모두의 마블' IP를 활용해 개발된 블록체인 게임인만큼 게임성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보장이 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P2E 요소인 가상화폐 'MBX' 거래도 보장하지만 넷마블 측은 이보다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춰 게임을 홍보하는 중이다. 지난 3일 넷마블이 신작 출시와 관련해 배포한 자료에서도 P2E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최근 다른 게임사도 P2E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발감이 커진 P2E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P2E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엑시인피니티를 비롯해 다수의 블록체인 게임은 P2E라는 이미지에 이른바 '쌀먹 유저(게임 플레이로 획득한 재화를 현금으로 바꾸는 이용자)'말고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는 게임을 더욱 재밌게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 요소를 도입한다는 게임업계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블록체인 게임을 활발히 전개하는 위메이드도 P2E가 아닌 P&E(Play&Earn)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다. P2E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발감이 커지는 분위기에 '돈을 버는 게임'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순수하게 재미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위메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 탈중앙화자율조직 플랫폼 나일을 활용해 웹3 채팅 애플리케이션 '탱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토큰·NFT 기반 메신저 '파피루스'로 홀더 간 자유로운 소통 창구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컴투스그룹 블록체인 생태계. (자료=C2X홈페이지 갈무리)
컴투스그룹은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XPLA)' 확장 등 신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P2O(Play to Own)라는 용어를 밀고 있다. 돈을 번다는 개념이 아닌 이용자의 소유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또한 블록체인 게임이 가진 대체불가토큰(NFT)와 같은 콘텐츠를 부상하는 움직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발표한 넥슨은 자사 핵심 IP '메이플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NFT 중심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NFT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상세계다. 넥슨은 이곳에서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메이플스토리N'은 이용자들이 게임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NFT가 이용자 간 자유롭게 거래되는 생태계를 지향하고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지향하는 진정한 웹3(탈중앙 웹) 게임으로 여겨진다. 넥슨 내부에서 메이플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P2E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사례처럼 P2E 요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의 재미를 찾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초기 범람기에 P2E 요소로 시장을 이끈 업계의 자기반성적인 모습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블록체인 기술을 미래 주요 먹거리로 본 네시삼십삼분(이하 4:33)은 자회사 디랩스를 설립하고 웹3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체 가상자산을 만들기보다는 웹3를 지향하는 폴리곤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합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가상자산 거래보다는 웹3 게임 시장 파이를 차지하는데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디랩스는 올해 안에 웹3 게임 '럼블 레이싱 스타'를 포함해 블록체인 게임 신작 3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막 광풍이 불 던 때 국내 게임사들도 방향을 잘못 잡은 점이 있다"며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고 이용자의 반감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와서라도 다시 방향 설정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