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기 지난 9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거대 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인 ‘챗GPT’ 열풍이 전 세계에 이어 한국에서도 뜨겁게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샘 알트만은 한국에 AI 서비스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AI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양팔을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AI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 “고도화한 메모리 반도체 한국에 요청”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 업체로서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샘 알트만 CEO가 한국에 반도체 협력을 요청한 부분에 대해 양사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샘 알트만 CEO는 “챗GPT가 GPT4, 5 등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배수가 돼야 하하고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며 “적합한 메모리 반도체 칩 개발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많은 GPU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국에 요청할 사항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AI 서비스를 위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을 세계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샘 알트만의 말에 환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에 성공한 용량 24GB의 12단 적층 D램 ‘HBM3’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AI용 HBM은 가장 잘하는 분야”
SK하이닉스는 거대 AI 서버용 메모리 제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AMD와 함께 첫 상용화 HBM 제품을 개발했고, 현재 HBM3(4세대)를 양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메모리 반도체 2위라는 말이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는 빠르게 양산을 하고 있는 중에 HBM 시장이 커지면서 최대 수혜주가 SK하이닉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AI 서비스 관련 GPU 시장에서 선두 업체인데 여기에 HBM3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적자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글로벌 메모리 기업 중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현재 HBM 매출은 전체 10%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비중이 2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도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이 밝다. HBM 시장에서의 영향력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서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연산 서버에 사용되는 HBM 관련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우수하다”며 “내년 영업이익은 19조9200억원으로 지난 2018년의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올해 SK하이직스는 2분기엔 2조9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업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일부 고객의 주문이 증가했고, 메모리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업황 개선은 3분기부터 본격화한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대차의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며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첫 협력을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HBM, 시장 형성이 더 중요해…자율주행차 반도체에도 집중”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국내가 1, 2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선두라는 점에서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시장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픈AI의 챗GPT를 위한 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주로 대만 업체에서 만들고 있지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라면서 “전 세계 메모리는 삼성, SK, 마이크론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PT를 위한 AI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처리할 수 있는 곳에서 메모리가 많이 필요하다”며 “한국 업체에 요청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누가 먼저 개발한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업체다마 로드맵이 있고 시황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HBM 시장이 아직 많이 형성되지 않았고, 데이터센터 등이 이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할 수 있게끔 시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오히려 기존의 메모리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점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로 인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왔고 메모리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젠 대부분 증권사들도 메모리 시장 바닥론을 말하고 있어 반등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산업에 활용되는 반도체에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이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만났듯이 자율주행차 반도체 협력을 하고 있고, 현대차 제네시스의 인포테인먼트 등에 SoC(통합칩셋) 등 첨단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고급 세단 제네시스에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SoC ‘돌핀 플러스’가 장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