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현금성 자산을 늘리며 곳간 채우기에 한창이다. 그간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글로벌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오던 오리온은 이른바 '빅딜'을 위한 본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추진을 위해 총알을 장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3년간 당좌비율과 유보율이 증가하는 반면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178.8%였던 당좌비율은 지난해 222.2%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273.8%까지 늘었다. 특히 유보율은 지난 2021년부터 1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 9160.2%였던 유보율은 다음해 1만1088%, 지난해 1만2821.8%, 올해 1분기 1만3380%까지 상승했다.
당좌비율은 유동자산 중 현금화할 수 있는 당좌자산으로 단기 채무에 충당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하고, 기업의 직접적인 지급능력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200%대 이상이면 유동성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또 유보율은 기업이 스스로 얼마만큼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불황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무상증자 가능성도 높은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유보율이 1만%라면 유보자금으로 5000억원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부채비율은 줄고 있었다. 최근 3년간 오리온의 부채비율은 100%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40.5% ▲2021년 36.1% ▲2022년 27.8%를 보였다. 특히 올해 1분에는 23.3%로 더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얼마 정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하가 이상적이다.
◆오리온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해외시장 공략…M&A 준비 중”
오리온이 두둑한 현금 확보 전략을 펼친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1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오리온에 대해 마땅한 투자처가 생긴다면, 언제든 대규모 M&A에 뛰어들 준비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곤 했다. '
오리온은 그동안 간편대용식, 음료사업, 바이오 등 3대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며 외형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도 M&A에 대해선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손을 뗀 것이 그나마 최근의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자금조달 능력을 풍부하게 높이는 것은 M&A 계획이 과거에 비해 구체화됐기 때문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실제 10여년간 오리온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허인철 부회장은 기진출한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으로 M&A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데서 기회를 물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온이 개척한 해외지역에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시선에 무게를 더한다.
현재 오리온은 베트남 현지 제3공장 건립과 함께 생산동 신·증축을 추진하고 있고 러시아 법인은 약 3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늘렸으며 인도 법인의 경우 약 100억원을 투자해 현지 시장에 적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식음료 산업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