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금융권 계륵이 됐다. 만기 연장을 통해 고객의 상환 부담을 낮추는 ‘효자’ 상품이 하루 아침에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해버린 형국. 은행권에선 “주담대는 개인 고객들에게 가장 민감한 상품 중 하나”라며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출시 불과 두달만에 이례적인 조치다.
은행들은 그동안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만기 연장 등 상생 금융을 주문해왔던 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최근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기존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잇따라 연장해왔다.
이 같은 변화에 고객들 반응은 뜨거웠다. 실제 출시 한달여 만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잔액은 1조2379억원(10일 기준)을 기록,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수협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판매 개시됐던 해당 상품들은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까지 앞다퉈 내놨다. 우리은행의 경우 출시한 지 불과 일주일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국은 지난달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자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며 은행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4월부터 주담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50년 만기 주담대가) 어떤 연령대에 어떤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본 뒤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리가 변동하는 상황에 50년 후 소득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주담대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만기 연장에 따라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하게 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총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이것이 가계부채 급증을 유발한 원인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당국의 갑작스런 스탠스에 변화가 감지되자 NH농협은행은 기존 계획대로 상품 판매를 제한키로 했다. 그 외의 은행들도 50년 만기 상품에 대한 판매 지속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에 들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상품 판매 유지 여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도 “주담대의 경우 개인 고객들에게 가장 민감한 상품 중 하나인데 당국의 정책 방향이 뒤바뀌면 이로 인한 혼란은 은행 뿐 아니라 고객들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만기 연장에 따른 DSR 규제 완화 효과는 예기치 못한 부분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당국이 이제 와서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답답하다”면서 “50년 만기가 처음 도입된 것이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인데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식으로 얘기되는 게 안타깝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