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대표이사.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이 박현철 부회장이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분양 성과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 및 수익성 개선 흐름도 이어가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롯데건설의 재무부담을 덜어내는데 집중하면서 동시에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박현철 부회장은 취임 이후 반년만에 롯데건설 현금성 자산을 3배 이상 늘렸다. 롯데건설의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1조8857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5980억원에서 215.8% 가량 급증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2조7709억원에서 148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일부 금융자산 처분이 이뤄지기도 했다.
박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한달만에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대응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레고랜드발 PF 문제로 위기론에 휩싸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11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등판한 박 부회장은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대여한 자금 대부분을 조기 상환하고 경영 정상화 수순에 들어섰다.
박 부회장은 이와 함께 롯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건설의 상반기 단기차입금은 2조 567억원이다. 전년도말 기준 2조8933억원에서 약 8000억원 가량의 군살을 빼는데 성공했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정통 롯데맨으로 롯데정책본부운영팀장과 롯데물산 대표를 지낸 '재무통'으로 꼽힌다. 재무관리와 위기관리에 능하다는 평가대로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적임자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부동산 활황기를 거치면서 크게 늘렸던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기존 사업지의 성공적인 분양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1,2단지'의 1순위 마감에 성공했고 이어 바로 다음달 분양에 나선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완판에 성공했다.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분양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까지도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대연 디아이엘'과 서울 동대문구에 공급한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등을 완판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롯데건설은 도시정비사업 분양 물량을 수도권과 지방과 관계 없이 모두 100% 분양에 성공했으며 일반 도급 물량에서도 수도권은 완판, 광역시와 지방에서도 80% 안팎의 분양률을 보였다.
분양 성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도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롯데건설의 2분기 매출은 1조6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8.5% 줄었으나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49.5% 늘었다. 매출원가율도 지난 1분기 90.85%에서 90.63%로 0.22%포인트(p) 소폭 낮췄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분양경기 개선, 운전자금 부담 완화가 이뤄지는 과정으로 'A+(안정적)'에서'A+(부정적)으로 낮아졌던 신용등급 상향의 가능성도 열었다.
박 부회장의 다음 스텝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열린 시무식에서 "건설업의 설계·조달·시공 단계에 있는 기술 연계사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상품 개발에 지속 매진해야 한다"며 "바이오·수소·모빌리티·도심항공교통(UAM) 등 그룹 신성장 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할 수행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가 온열질환 예방활동을 벌이는 등 안전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은 건설회사의 기본인 현장에서 작업자 안전과 환경 부담 최소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