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6월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갖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노사 교섭에 이견이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 사측은 교섭 재개를 요청, 파업이 곧바로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 중노위 ‘조정 중지’…노조, 30일 쟁의위 출범·사측, 교섭 재개 요청
2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노사 간 이견이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25일 진행한 파업 모바일 찬반 투표에서 88.9%의 찬성을 받아냈다. 이번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파업권)을 얻었다. 이에 노조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조합원과 공유할 계획이다.
파업권을 손에 얻었지만 곧바로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에 이날 오전 교섭 재개를 요청했다. 파업권을 얻은 노조는 추가 교섭에서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오전 노조에 교섭 재개를 요청한 상태”라며 “노조가 교섭을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주식 포함)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900% ▲수당 인상과 현실화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 현대차 노조 등 노동계, 임단협에 ‘정년 연장’ 포함
특히 정년 연장이 협상의 걸림돌이다. 사측은 임금안은 노조와 논의를 거쳐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년 연장은 사회적 여론을 고려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년의 법정 개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의 주요 난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임금과 성과급, 별도 요구안(정년 연장 등 포함), 단체 협상 개정까지 하나된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밝혔다.
정년 연장은 산업계 전반의 관심사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50세 이상 임직원 비율이 43.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HD현대 계열사 등의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정년 연장’을 포함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27일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했다. (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정년 연장’ 정부와 노동계 논의 불발…한국노총, 65세 연장 국회국민청원
정부는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통해 노동계와 정년 연장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불발됐다. 한국노총은 별도로 정년 65세 연장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정년 이후 계속 고용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정년 연장 등을 다루는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당초 한국노총은 이 연구회에 참여했지만 지난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망루 농성 간부 경찰 강제 진압 문제 등으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별도로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맞춰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내년부터 6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 국민의 20% 이상인 사회를 말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을 앞두고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에선 기업 부담을 늘리고 청년들의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현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정년 연장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