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거제시)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고물가에 주택사업 수주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건설사의 수익성을 책임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반토막이 났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건설사들도 비주택 부문 확대 포트폴리오 재구축 속도전에 나섰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충청북도 제천시 청전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나섰다. 1206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대단지 규모 사업이나 앞서 지난 3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유찰됐다.
비슷한 시기에 입찰을 마무리한 창원 회원2구역(2016가구)과 서초 방배대우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도 각각 DL건설과 두산건설의 단독 투찰로 마무리됐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와 지방 대단지 사업에도 불구하고 대형 건설사의 경쟁 입찰은 성립되지 않았다. 도시정비사업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전략을 공고히 하면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수주를 기존에 많이 하기도 했던 만큼 올해 선별 수주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만 보더라도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올해 3분기 호반건설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11조7705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26조6596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을 들인 도시정비사업지에서 발을 빼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천주공10단지에서는 DL이앤씨와 롯데건설이 사업성 검토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줄면서 그동안 건설사의 성장을 견인한 주택사업 수주는 물론 건설수주 전체 전망이 어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수주가 61조원 가량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29.1% 가량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7.3% 감소한 190.1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에 내년까지도 건설사의 자금조달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수주액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건설수주 역시 1.5% 줄어들면서 2년 연속 수주 감소세가 점쳐진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물가상승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고 최근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3.5%로 역대 최대 수준인 국내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조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데다가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면서 부동산 PF 대출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당분간 민간 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대형 공공사업 눈독…비주택 수주 늘리기 총력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재빠른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사업 확대에 중동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국내 공공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내년 GTX 공사와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과 SOC 예산 증가 등 대형 공공 토목사업 관련 발주가 다수 예상된다.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포트폴리오 재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연초에 토목사업 부분 수주액 1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 기준 플랜트 수주는 2조3394억원으로 연간 목표치인 2조원을 넘어섰다.
DL이앤씨도 같은 기간 플랜트 수주액이 2조4171억원으로 전체 수주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전년 동기 대비 9.9%포인트(p) 상승한 22.7%로 끌어올렸다. 지난달에도 국내 주요 플랜트 사업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과 여수 화치단지 TW바이오매스에너지 열병합발전소 건설공사 수주로 연간 수주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GS건설은 수처리와 모듈러 등 신사업이 매년 성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신사업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를 넘어섰다.
현대건설도 비주택 부문이 성장 기둥이다. 올 3분기 7조6202억원의 매출에 전년 동기 대비 40.3%의 성장률을 올린데에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과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매출 본격화 등 비주택 부문 성과가 있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가 주택 분양 감소로 2025년까지 탑라인(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하지만 현대건설은 우량한 해외 수주를 바탕으로 국내 부문 매출 감소 방어와 함께 이익도 우상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밝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