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원금손실 조건과 규모에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H지수는 27일 오전 6089.88로 개장해 전 거래일 대비 1.25%(75.79) 하락한 5965.36으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5거래일 만에 다시 6000선이 붕괴됐다.
홍콩거래소의 지수는 항셍, 항셍차이나기업(H), 항셍차이나대기업(R) 등 3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 중 50개의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나쁘지 않았을 때인 2018년 H지수는 1만3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시기에는 1만선 근처에서 움직였고, 엔데믹 기대감이 높았던 2021년 상반기에는 다시 1만2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2021년 하반기부터 H지수는 급락 추세를 보였다. 작년 10월말에는 급기야 5000선마저 뚫고 내려갔다.
이후 단기 반등에 성공해 8000선을 회복하나 싶었지만 이스라엘 전쟁 등이 터지면서 현재는 60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H지수가 좋았던 2021년 상반기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지수가 대략 1만에서 1만2000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1만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 시기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H지수가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경우 내년 상반기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상황.
ELS 상품은 6개월 단위로 평가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만기는 통상 3년이다.
녹인(knock-in)형 상품의 경우 가입 당시보다 지수가 50%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지수가 반토막 나는 상황은 통상 잘 발생하지 않으므로 원금손실 상품임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5000선 아래로 지수가 떨어지는 예외 상황(50% 아래로 하락)이 발생했기 때문에 2021년 상반기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H지수가 가입당시 지수의 70%를 회복해야 원금을 지킬 수 있다.
녹인형이 아닌 상품은 지수 하락 50% 여부에 상관없이 만기 때 지수가 가입 당시 지수의 65%보다 높기만 하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녹인형에 비해 안전하긴 하지만 H지수가 65%를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H지수 1만1000선에서 녹인형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지수 7700을 회복해야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 지수를 6000으로 보면 28.3% 상승해야 한다. 1만2000선에서 가입했을 경우에는 8400까지 40%나 올라야 한다.
녹인형이 아닌 상품 역시 지수 1만1000선에 가입한 투자자는 7150, 1만2000선에 가입한 투자자는 7800까지 지수가 올라야 원금을 지킬 수 있다. 현재 지수(6000)보다 약 20~30% 올라야 한다.
손실 규모는 가입 시점, 상품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산출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하나은행의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지수가 유지될 경우 손실율이 40~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181억원의 만기 금액 중 83억원의 원금 손실(45.9%)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손실 규모가 크지는 않다. 문제는 내년이다.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액은 8조4100억원에 달한다. 40%의 손실율을 가정하면 3조3640억원이다.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상품 규모는 약 4조7000억원인데, 대부분 KB국민은행에서 판매한 녹인형 상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019년 발생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시스템에 의거해 고위험 상품을 다뤄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특별한 몇몇 케이스에서는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조사 중인 것 같다"고 전해왔다.
사진=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