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인이 “새로 나온 갤럭시 S24를 사고 싶은데 언제쯤 사는 게 가장 저렴할까”라고 물었다.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하니 몇 달 안에 되긴 어려울 거라며 사고 싶다면 그냥 구매하라 답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24만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단통법 폐지 발표와 있기 전 예고했던 것과 차이가 없다. 문제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와 제조사는 지원금을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이른바 ‘호갱(호구+고객)’만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거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유통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지난 2014년 10월 제정됐다. 잘 몰라서 다른 사람보다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는 ‘호갱’의 피해를 없애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된 뒤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호갱’이었다. 지원금을 제한하니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치하려 경쟁하지 않아도 됐다. 다 같이 공평하게 ‘비싸게’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현실만이 남았다. 법망을 피해 ‘휴대폰 성지’에서 불법보조금이 남발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부가 단통법을 왜 폐지하려는 지는 분명하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 단통법을 폐지하면 소비자들은 ‘호갱’이 아니게 되는 걸까. 그렇게 되긴 어려워 보인다. 10년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마트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절엔 통신사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얻기 위해 한껏 지원금을 뿌렸다. 이 혜택을 찾아 누린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사는 대신 그렇지 못한 소비자는 상대적인 피해자가 됐다. 그렇지만 이제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5G 보급률도 70%에 달하며 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 새 가입자도 기대하기 어렵다. 통신사들이 마케팅비를 쏟아부어가며 출혈 경쟁을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단통법 폐지가 과거의 악습만 부활시킬 것이란 우려다. 기대했던 지원금 대신 소비자 차별이 팽배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암암리에 도는 ‘성지’ 정보를 얻지 못하면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 한다. 중장년층이나 바쁜 샐러리맨들은 성지를 돌아다닐 능력이나 시간이 없다. 이대로면 이들이 단통법 폐지 후 가장 손해를 볼 집단이 된다. 다른 소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발표하며 한 브리핑에는 알맹이가 없었다. 10년간 단말기 가격 상승 수치나 통신 시장 포화 현상 및 통신사의 전략 변화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대신 통신사 영업이익 증가 수치만 내세웠다. 통신사가 벌 만큼 벌었으니 지원금을 늘리지 않겠냐는 단순한 논리였다. 구체적인 추진 방식도 없었다. 앞으로 이해관계자 및 국민과 협력해 만들어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다였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이 보이지 않는다. 총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갤럭시 S24는 언제쯤 싸게 살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섣부른 정책에 소비자만 휘둘리는 모습이다.

[기자수첩] 단통법 폐지가 정답인가...'호갱'될까 두렵다

김태현 승인 2024.01.26 10:58 의견 1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인이 “새로 나온 갤럭시 S24를 사고 싶은데 언제쯤 사는 게 가장 저렴할까”라고 물었다.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하니 몇 달 안에 되긴 어려울 거라며 사고 싶다면 그냥 구매하라 답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24만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단통법 폐지 발표와 있기 전 예고했던 것과 차이가 없다.

문제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와 제조사는 지원금을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이른바 ‘호갱(호구+고객)’만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거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유통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지난 2014년 10월 제정됐다. 잘 몰라서 다른 사람보다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는 ‘호갱’의 피해를 없애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된 뒤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호갱’이었다. 지원금을 제한하니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치하려 경쟁하지 않아도 됐다. 다 같이 공평하게 ‘비싸게’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현실만이 남았다. 법망을 피해 ‘휴대폰 성지’에서 불법보조금이 남발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부가 단통법을 왜 폐지하려는 지는 분명하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 단통법을 폐지하면 소비자들은 ‘호갱’이 아니게 되는 걸까. 그렇게 되긴 어려워 보인다. 10년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마트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절엔 통신사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얻기 위해 한껏 지원금을 뿌렸다. 이 혜택을 찾아 누린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사는 대신 그렇지 못한 소비자는 상대적인 피해자가 됐다.

그렇지만 이제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5G 보급률도 70%에 달하며 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이상 새 가입자도 기대하기 어렵다. 통신사들이 마케팅비를 쏟아부어가며 출혈 경쟁을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단통법 폐지가 과거의 악습만 부활시킬 것이란 우려다. 기대했던 지원금 대신 소비자 차별이 팽배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암암리에 도는 ‘성지’ 정보를 얻지 못하면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 한다. 중장년층이나 바쁜 샐러리맨들은 성지를 돌아다닐 능력이나 시간이 없다. 이대로면 이들이 단통법 폐지 후 가장 손해를 볼 집단이 된다. 다른 소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발표하며 한 브리핑에는 알맹이가 없었다. 10년간 단말기 가격 상승 수치나 통신 시장 포화 현상 및 통신사의 전략 변화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대신 통신사 영업이익 증가 수치만 내세웠다. 통신사가 벌 만큼 벌었으니 지원금을 늘리지 않겠냐는 단순한 논리였다.


구체적인 추진 방식도 없었다. 앞으로 이해관계자 및 국민과 협력해 만들어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다였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이 보이지 않는다. 총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갤럭시 S24는 언제쯤 싸게 살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섣부른 정책에 소비자만 휘둘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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