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UAA
‘자기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또는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뜻하는 초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부터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얼굴이 어딘가에 떠도는 일이 증가하면서 초상권 침해 문제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초상권 침해 이슈는 연예인들에 한정됐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만큼 노출의 빈도가 곧 인기의 척도였고, ‘스타가 곧 브랜드’라는 성격까지 지니게 됐다. 때문에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다양하게 수익에 연결됐다.
이때부터 연예인들에게는 초상권과 다른 권리가 존재한다. 유명인이 자신의 이름, 초상, 목소리 등의 재산적 가치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 ‘퍼블리시티권’이다. 즉 초상권이 가진 인격적 보호의 성격에 재산의 가치를 더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나 이해가 부족했던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연예인의 이름과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마케팅이 증가했다. 이에 연예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적 분쟁을 선택했다. MBC ‘노브레인 서바이벌’ 코너로 큰 인기를 끌던 개그맨 정준하는 2005년 자신의 캐릭터를 무단 사용해 이익을 취한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스타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침해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 혹여 승소하더라도 위자료는 청구한 금액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사진제공=랜드로버코리아, 키이스트
2013년에는 장동건, 송혜교, 소녀시대, 배용준 등 59명의 스타가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국내 관련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그룹 JYJ가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 사용한 잡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합의 끝에 소를 취하했다.
수지는 2015년 ‘수지 모자’라는 이름을 사용한 한 온라인 쇼핑몰에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지만, 1000만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같은 해 유이 또한 한의원에서 자신의 사진을 무단 사용해 위자로 2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왕석현이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A매니지먼트사를 상대로 4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끝에 500만 원을 배상받았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들로 한정됐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은 비연예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노출되는 사례가 늘었다. 한 네티즌이 “인스타그램에서 ‘을지로’를 검색하면 내 얼굴이 수백 개의 사진에 등장한다”고 말할 정도로 다른 사람의 사진에 자신의 얼굴이 떠돌아다니는 일이 흔해졌다.
또 도둑 촬영 피해의 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한 예로 개그맨 윤정수는 카페에서 자신의 셀카를 찍으면서 혼자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한 뒤 SNS에 올려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밖에 충주의 한 카페에 짧은 하의를 입고 등장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충주티팬티남’ 사건은 동의를 없이 촬영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의견과 공연음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처럼 인터넷의 발달과 휴대전화의 보급 등으로 초상권 침해 문제는 불특정 다수로 점점 확대되면서, 초상권 침해 관련 피해 신고건도 점차 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초상권 침해 관련 조정 신청 건수는 총 1061건으로, 침해 유형별 청구현황 중 명예훼손 다음으로 뒤를 잇고 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10월 말까지 초상권 침해 관련 심의 건 수는 1213건으로, 삭제, 이용 해지 등의 시정 요구 조치는 510건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