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 사진=CJ.
"데이터 기반 기술 역량으로 생활소비재〮이커머스 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SCM 솔루션 기업."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가 CJ대한통운에 자리한 첫해 창립 91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새비전이었다. 그리고 3년. 이를 위해 2조5000억원 대규모 투자로 완성한 최첨단 풀밀먼트는 CJ대한통운의 빠른 서비스와 이커머스 핵심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됐다.
18일 CJ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공채 출신이 부회장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강신호 대표. 지난 2021년 정기인사에서 CJ대한통운 지휘봉을 잡은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서 CJ대한통운의 질적 성장과 비용 축소 등 풀어야 할 일련의 과제들을 모두 완수함으로써 얻은 결과다. 실제 강 부회장의 재임기간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802억원(연결기준)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제 강 부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다시 'CJ제일제당 구하기'에 나선다. 강신호 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리더십을 통해 앞선 사령탑에서 선보인 존재감을 CJ제일제당에서도 드러낼 차례다.
◆실적 '빨간불' 켜진 곳마다 불끄러 간다 '출동'
'이재현의 해결사'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을 꾸미는 수식어다. 이재현 CJ 회장은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정통 CJ맨'으로 꼽히는 강 부회장을 최악의 위기에 빠진 그룹내 핵심계열사 CJ제일제당 '구원투수'로 다시 불러들였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직후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으로 발탁되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강 부회장은 그룹 및 계열사 인사팀, 경영지원실 등을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경영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강 부회장은 CJ의 계열사 실적이 않좋을 때마다 자리를 옮겨 실적을 올리는 해결사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한 강 대표는 포항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21년 CJ대한통운 대표를 역임하기 전까지는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강 부회장은 앞서 이재현 CJ 회장이 계열사 현장을 돌았던 곳들 중 하나로 CJ대한통운이 꼽히면서 이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이 오를 것으로 충분히 예견되어 왔다. 강 부회장이 승진 배경이 된 CJ대한통운내 업적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후 실시한 ▲로봇, AI, 빅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역량 강화 ▲플랫폼 사업 집중 등의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이커머스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원동력이됐다.
덕분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커머스 고객사도 지난해 말 기준 1071개를 기록, 1년 전 250여개에서 4배 가량 증가했고 고객사 종류 역시 명품·패션·식품·펫용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외에도 강 부회장은 국경간 물류로 '초국경택배'를 완성하고 '알리' 물류서비스 독점 계약을 따내는 등 CJ대한통운의 사업성장 밑거름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
◆강온의 리더 '강신호', CJ제일제당에서 펼칠 묘수에 시선집중
앞서 강 부회장은 CJ제일제당 사령탑에 자리했던 1년여 기간에도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실적과 재무적 성과를 모두 개선시킨 주인공으로, 그의 지휘아래 CJ제일제당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을 맡아 매출 확대와 시장 점유율 제고에 중점을 둔 공격적 마케팅과 가격정책 등을 펼치면서 해외영토를 넓히는 데 토태를 마련했다. 특히 이 시기 이재현 회장과 함께 미국 슈완스컴퍼니 본사를 방문해 품에 안는데 성공한다.
지난 2014년~2016년 CJ프레시웨이 대표 재임시절에도 강도높은 사업구조개선을 통해 회사 수익성을 높힌 경험도 있다. 당시 강 부회장은 취임 1년만에 매출 24%, 영업이익은 무려 147%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챙기는 'A+급' 성적표를 내놨다.
가는 곳마다 고강도 사업구조 개선으로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한 장본인지만, '소통'을 중요시하는 리더이기도 하다. 일례로 그는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 후 세대 간, 부서 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조직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 다채로운 조직문화 혁신 프로그램에 닻을 올렸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일회성 교육에서 벗어나 임직원 전체가 활발히 소통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전 직원에게 경영현황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을 실시하고, 매달 주제에 맞게 선정된 구성원과 대표이사가 만나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대표이사 공감톡톡'도 정례화했다. 당시 '꼰대문화', '본사·현장 갈등' 등 어느 조직에나 있을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임직원이 터놓고 토론하는 '대통썰전'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3년만에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하는 강 부회장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7조8904억원, 8195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7%, 35.4% 감소한 상태다. 강 부회장이 자리를 옮기기 전 유지했던 4조원대 순차입금은 지난해 5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이 같은 부정적 흐름이 내부적 요인보단, 식품사업의 원가부담과 바이오 시황 둔화 등 비우호적 사업환경 영향이 크다는 점도 부담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