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완료한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모형도 (사진=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 따른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사를 27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하고 있다. 심사 결과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국내 구축함 사업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지정여부를 심의한다고 밝혔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될 경우 최대 5년까지 관련사업 입찰이 불가능해 진다. 심의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나 다음 날인 28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기간에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고 누설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 일부는 징역 1~2년, 일부는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를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법적 제척기간인 5년이 지났다며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주 때마다 벌점 1.8점이 주어지고 있어 입찰 제한까지 하면 과도한 제재라는 것이다. HD현대는 방사청이 제재를 하면 바로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형 군함 제작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제한을 받으면 사실상 독점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방사청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함정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는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에 이르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사업(KDDX)의 일부가 진행될 예정이다. KDDX의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은 통상적이라면 올해 상세설계와 초도함 구축까지 맡을 수도 있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이번 방사청의 입찰 제한이 현실화되면 HD현대중공업의 KDDX의 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주에 나설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지역사회 반발도 크다. HD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지역은 지역경제에 타격이 있을 것을 우려하며 방사청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울산상공회의소는 방사청에 HD현대중공업이 함정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