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결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삼성생명이 앞으로도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지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소속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정조준한 전례가 있어서다.
'4·10 총선'에서 민주당은 11일 오전 전국 99.9%의 개표율 상황에서 지역구 161석, 비례 14석 등 총 175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야권 성향의 조국혁신당 비례 의석 수(12석)까지 포함할 경우 187석에 달한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 18석 등 108석 획득에 그쳤다. 8석을 더 잃었으면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무력화될 수 있는, 참패 수준의 선거 결과였다.
이에 따라 당·정·대에서 그 동안 발표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증여세 완화', '증시 밸류업' 등 여당이 추진해온 정책들이 좌초되거나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일명 '삼성생명법'이 새로운 국회에서 다시 부활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의 채권·주식을 총자산의 3% 넘게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 계열사에 운용자산을 몰아줬다가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보험계약자들의 돈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서다.
작년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5조원으로, 3% 기준은 9조45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8.51% 보유 중인데, 유배당 보험계약 판매대금을 밑천으로 1980년 5444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가치는 지난 9일 종가(8만3600원) 기준 42조4819억원에 달한다.
취득원가로 따지면 3% 기준에 훨씬 못 미치지만 현재 시가로 따지면 기준보다 약 33조원을 초과한다.
다만, 담당 부처(금융위원회) 소관인 하위 보험업감독규정에서는 보험업법에서 자산운용비율을 정할 때 채권과 주식의 소유 금액은 취득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42조원이 아닌, 5400억원으로 평가해도 된다는 것.
하지만 21대 국회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사도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자산운용비율을 정하고자 시도했다.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3%를 초과하는 분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시세로는 30조원이 넘는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해선 예외 규정을 적용해 왔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보험권에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IFRS17의 핵심은 자산과 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19대 국회 때부터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법안이 폐기되며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처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까지 올라갔으나 또 자동 폐기됐다. 법안을 주도했던 박용진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용진 의원이 공천을 받진 못했지만 22대 총선 과정에서 대선주자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법안의 경우 다른 초·재선 의원이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업법 개정안 시도가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며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만큼 아직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삼성그룹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1.23(자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