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건설사의 수주기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민간 수주가 주택과 비주택 모두 부진하며 5년래 최저치를 찍는 등 바닥을 확인하는 형국이다. 공사비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가운데 건설사의 수주고를 책임진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알짜 사업지로 평가받는 부지도 최근까지 유찰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4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규모는 10.2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수주 감소는 공공과 민간이 모두 부진한 탓이다. 공공은 3.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7.8% 감소한 반면 민간은 2.9조원으로 26.9% 줄었다.
공공수주의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덜했으나 모든 공종에서 부진했다. 특히 공공 토목은 4년래 최저치인 2.5조원을 기록했으며 공공주택 수주도 5년래 최저치인 0.2조원에 그쳤다. 이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8.7%, 28.9% 감소한 수준이다.
민간수주는 토목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과 비주택 건축 수주가 각각 8.7%, 44.5%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수주에서 건축 수주는 신규주택 수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수주가 부진했다. 전통적인 건설사 먹거리로 꼽힌 재개발과 재건축 수주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5.3%, 16.2% 감소했다.
민간 수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건설 물가는 상승세다. 소비자물가와 건설공사비 지수, 건설기성 디플레이터 등이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모두 올랐다.
건설공사비는 154.8로 지난달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래미콘 가격은 전월 대비 2.7%,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한 139.1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2.6% 증가했으나 전월과 비교했을 때는 10.9% 감소한 13.1조원을 기록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월 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와 비교해 위축돼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공공과 민간 모두 수주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건설공사 관련 물가 상승률은 일부 다시 상승했는데 이는 레미콘 가격 상승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신규 수주가 위축되고 건설기성도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추세적 감소세로 돌아설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상승 속에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알짜 사업지가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산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전날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으나 무응찰로 마무리 됐다. 지난 2월 29일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GS건설, DL이앤씨 등 8곳의 건설사가 참석했으나 실제 투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한강변 입지로 주목받은 곳이다. 원효로 4가 118-16번지 일원에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아파트 647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로 3.3㎡당 83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강변에 위치한 재건축 사업지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위해서는 최근 공사비를 고려하면 거의 900만원 안팎이 기본적인 수준이며 1000만원 이상에서도 논의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