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금호건설 조완석 대표, 신세계건설 허병훈 대표, 태영건설 최금락 대표. (자료=각 사)
주택 사업이 주요 먹거리인 중견 건설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나빠졌다. 고금리 환경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 '인사 태풍' 속에 새롭게 키를 잡은 대표들의 어깨가 무거워진 시점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건설의 올해 1분기 연결재무재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945억원, 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3%, 70.4%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급감과 더불어 당기순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당기순이익 51억원을 기록했으나 적자전환했다.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66.1%로 지난해 말 260.2%와 비교했을 때 5.9%p 포인트 늘었다. 자본총계가 4568억원으로 40억원 감소하고 부채총계는 1조2395억원으로 100억원이 넘게 증가한 결과다.
'내실 경영'을 강조하며 출발한 조완석 대표의 첫 스텝도 꼬였다. 금호건설은 8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서재환 사장이 지난해 말 물러나고 조완석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조 대표는 전략재무담당 상무를 거쳐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자리에 오르는 등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수익성 개선과 현금흐름 중심 경영 등을 목표로 세웠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실적 악화 속에 신용등급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9일 한국기업평가는 금호건설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수익성 저하, 운전자본투자 등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며 "불안정한 대외 신용도,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사업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수주하는 예정 프로젝트의 원가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 대표는 20년만에 새 주택 브랜드 '아테라'를 론칭하는 등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출 발생 현장 믹스 개선이 늦어지고 있고 도급증액 협상도 계획과 달리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원가율의 개선 시점이 지속적으로 이연되는 중"이라며 "금융비용은 고금리로 인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세전손익의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신세계건설은 매출액 급감 속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138.1% 급증한 314억원이다. 매출액은 1749억원으로 3341억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신세계건설의 당기순손실도 271억원으로 100억원에서 2배 가량 늘었다. 전체적으로 실적이 나빠진 셈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새 대표에 그룹 내 '재무통' 허병훈 부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운 만큼 실적 개선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전망이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돌입한 태영건설도 경영진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으나 첫 성적표에 아쉬움을 남겼다. 태영건설의 1분기 매출은 7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7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태영건설의 부채도 늘었다. 태영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총계는 6조334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말 5조8430억원에서 2000억원 더 늘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80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3월 각자 대표체제 전환과 함께 키를 잡은 최금락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진국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다만 수익성이 개선된 부분은 고무적이다.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회사의 이자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며 "판관비 감소로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