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마이어의 문명7' 인게임 화면. (사진=2K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수많은 게이머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문명' 시리즈의 신작이 출시된다. 하지만 함께 공개된 '지도자 분리'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더는 하나의 문명만 플레이할 수 없게 되면서, 시리즈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게임사 파이락시스는 독일 쾰른서 열린 게임스컴 2024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신작 '시드마이어의 문명7'의 출시 일정을 오는 2025년 2월로 확정지었다.
'문명' 시리즈는 지난 1991년 1편이 출시된 후 글로벌 누적 6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 프랜차이즈다. 이번 '문명7'은 전작 '문명6' 이후 9년만에 출시되는 후속작으로, 이번 게임스컴 행사장에서도 출시 일정이 확정된 순간 전 세계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직후 공개된 신규 정보에 이용자들의 머리 위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번 작품에 새롭게 추가된 '지도자 분리' 시스템으로 인해 시대마다 문명을 바꿔가며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명7'에는 '고대-탐험-현대 시대'가 등장하며, 각 시대를 넘어갈 때마다 문명이 변화한다. 이집트 문명으로 게임을 시작했더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문명을 택해 넘어가는 식이다.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대격변 수준의 변화가 예고된 셈이다.
기존 '문명' 시리즈에서 지도자와 문명은 일심동체로 운영됐다. 한 문명이 쇠락하면 그 지도자 역시 운명을 함께 하며, 역사에서 영원히 퇴장했다. 플레이어도 자신이 택한 문명이 멸망하면 '게임 종료' 창을 마주해야만 했다.
해당 시스템은 '문명' 시리즈의 높은 몰입감을 확보하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레이어는 각 문명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건물, 병력을 컨트롤하며 자연스레 지도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지도자 분리' 시스템이 공개된 후 전 세계 '문명' 팬들 사이에선 큰 논란이 일었다. 문명의 흥망성쇠는 당연한 일이라지만, 이집트에서 시작한 문명이 돌연 동아시아의 일본으로 전환되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스템을 택한 엠플릿튜드 스튜디오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휴먼 카인드'가 흥행에 실패한 사례를 언급한다. '휴먼 카인드' 또한 시대마다 문화를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요소를 채용했지만, 역사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문화를 강제로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문명' 시리즈가 시뮬레이션 장르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명' 시리즈의 핵심은 역사의 재구현이 아닌, 문명을 운영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데서 나오는 재미라는 주장이다.
해당 시스템에 대해 데니스 셔크 '문명7' 총괄 프로듀서는 고대 로마의 유산을 이어받은 유럽 왕국 시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유럽 전역을 지배했던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각 국가가 제국의 유산을 토대로 새 시대를 열었다"며 "이전 시대에 쌓은 기반을 활용해 다음 문명이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도자 분리' 시스템의 기획 의도"라고 말했다.
플레이어들의 선택지를 늘리고, 이를 통해 전략의 폭을 확장하는 것이 개발진의 의도라는 설명이다.
한편, 문명7은 내년 2월 플레이스테이션4·5, 엑스박스 시리즈, 닌텐도, 스팀과 에픽 스토어에서 출시되며, 현재 예약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