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2024’ 1차 연사 라인업. /자료=두나무
가상자산사업자들의 라이선스 갱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업자들은 금융당국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라이선스 갱신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겐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특히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갱신인만큼, 당국의 판단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체크리스트는 없다. 기준은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것. 그러나 어디에서든 돌발 변수는 나올 수 있다. 라이선스 갱신을 앞둔 가상자산 5대 사업자(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전략과 취약점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두나무는 업비트다?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두나무(대표 이석우)와 업비트는 사실상 동의어로 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두나무의 공식적인 수식어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이다. 두나무는 2012년 설립된 주식회사로 '증권플러스'라는 증권앱이 회사의 최초 서비스였다. 업비트는 5년 후인 2017년 출시된 글로벌 표준 디지털 자산 거래소로, 두나무로서는 하나의 상품인 셈.
하지만 '업비트'란 상품이 엄청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면서, 두나무라는 모체와 위상이 동등해졌다. 자연스레 두나무 또한 '가상자산거래소'라는 브랜드에 얽매이는 듯 했다.
최근 두나무의 행보를 보면 엄연한 '주식회사'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마디로 '탈 코인 전략'이다.
지난 26일 공개한 두나무의 2024년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의 1차 연사 라인업을 보면 두나무의 큰 그림이 보인다.
‘블록체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이란 주제로 11월 14일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선 블록체인이 창출한 현실의 변화 트렌드를 다각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1차 연사 라인업에는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 카이코, DBS은행 출신 등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업비트 컨퍼런스와 비교해 보면, 두나무가 블록체인 분야 진출에 더 구체적이고 큰그림으로 접근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 큰그림은 어디로 향할까.
두나무 애초의 관심은 '증권'이었다. 국민 증권앱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증권플러스’를 2014년 런칭했고, 이후 확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현재 증권플러스는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실시간 정보와 11개 증권사 통합 계좌 관리 및 거래를 지원하며 주주인증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만 추가하면 하나의 앱 안에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유진투자증권 인수설 등 두나무의 증권사 M&A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 와중에 두나무는 '증권'과 '코인'의 경계를 허물는 시도를 한다.
지난 28일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는 커뮤니티 기능 강화를 위해 ‘투자 레벨’ 인증을 새롭게 도입했다. ‘투자 레벨’ 인증 기능은 보유 자산 평가 금액에 따라 총 15단계로 결정되는 커뮤니티 기능이다. 투자 레벨 인증을 마친 회원의 프로필에는 인증 마크가 표시돼 글의 주목도와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마케팅에 유인으로 쓴 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증권플러스는 이번 커뮤니티 개편을 기념해 투자 레벨 인증글 작성 시 최대 12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키로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증권플러스에서 코인 이벤트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주식 투자자와 코인 투자자가 겹치는 지점을 파고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비트라는 캐시카우가 쌓아올린 막대한 자금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은 두나무로서는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캐시카우 수명이 다해가는 것도 현실이다. 두나무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1분기 대비 53% 감소했다. 1분기 시세 상승을 견인했던 대형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오리무중이다.
두나무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향하는 가장 큰 당면 과제는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가 전통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례가 없기도 하거니와 '가상자산'이 아직도 한국에선 떳떳한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두나무의 향후 행보는 건실한 사업자로서의 신뢰감을 쌓아나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두나무가 업계 최초로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ESG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로선 다음 가상자산거래소 라이선스를 새롭게 갱신하면서 '신뢰감'을 주는 업계 대표주자로서의 모습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