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이들은 우리의 기술과 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다”며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은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할 것이며 영풍·MBK와는 절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이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처리하는 원료는 한국에서 1톤도 나오지 않는데 지난 10년간의 영업이익률이 12.8%”라며 고려아연의 가치성을 설명했다.
MBK 측이 공개매수 이후 경영권을 중국에 넘길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MBK가 경영권 인수 시 당연히 중국 자본에 팔 텐데 이는 국가적인 재앙”이라며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에게 빚을 졌으면서도 이제 와서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했고,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면서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산업계에서 고려아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2.6% 증가한 268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3조581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