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앞에는 '낙하산 대표이사 결사반대' 현수막이 내걸렸었다. DGB금융지주에 매각된 이후 증권업계 출신으로 이어져오던 최고경영진(CEO) 계보에 증권 경험이 전무한 대구은행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은 직원들에게 반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악 위기 국면에 옥죄기를 위한 강수라는 불안감이 회사 안팎을 휘감았다. 사실 2021년 유례없는 실적 고점을 찍을 때만 해도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자기자본이 불과 1조원대 회사에서 연간 1640억원대 순이익이라니. 쾌재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2년 후 iM증권 실적은 역대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간 내부에서도 불안한 줄타기로 여겨졌던 기업금융(IB),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의존도가 90% 수준까지 확대된 iM에게 부동산 경기 침체는 회사의 존폐를 가를만한 위기로 인식됐다. 신용평가사들의 리스크 관련 자료에서 iM투자증권은 부동산 우발채무 1위 증권사로 오르며 부실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올해 상반기 iM투자증권의 순손실금은 무려 814억원. 사상 최악이다. ■ ‘소통형 리더’ 성무용의 드라이브 바꿔 생각해보면 ‘낙하산’으로 불린 성무용 대표로서도 썩 화려하지 못한 귀환처였다. 평생 대구은행에서 ‘뱅커’로 살았던 그가 현역에 대한 미련을 끊어냈을 즈음 이뤄진 새삼스런 복귀인데 잘해야 본전인 여의도 바닥에, 그것도 계열사 최대 적자 회사라니. 성 대표 복귀에는 지주의 확고한 의지가 작용했다. 과거 DGB금융지주 채용 비리 이슈에 휩쓸려 직을 놓았던 성 대표를 지주가 굳이 몇년 만에 증권가로 재소환했음은 그만큼 소방수로서, 또 향후 지주가 그려갈 iM증권의 밑그림을 구현해기에 성 대표를 능가할 적임자가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실제 성 대표는 소통형 리더로 꼽힌다. 마음 먹은 일은 강단 있게 추진하되 상대가 누구라 해도 마주 앉아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2018년 퇴임 후 그가 템플스테이를 허하지 않는 사찰의 주지 스님과 1시간 여 대화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는 일례만 봐도 그만의 특유의 설득력과 강단은 어느 정도 입증된다. 지휘봉을 잡은 성 대표는 실제 사장 업무에서도 상당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10대 주요과제와 세부미션 30개를 선정한 성 대표는 내부통제 시스템부터 성과금 지급구조 개선, 리테일 혁신, 인사시스템 개선 등 바닥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영업 방식도 아웃도어세일즈(ODS) 시스템으로 변경해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PF 부문 역시 우수인력만을 남기고 새롭게 개편했다. ■ 레터보내는 CEO의 'A little more'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강도 높은 변화의 물결임에도 사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취임후 직원들에게 수차례 레터를 발송했다. 현재 회사의 상황과 현안에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직접 설명했고, 함께 만들어가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여느 CEO들처럼 권위를 내세워 의전을 중시하거나 형식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반면 직원들과의 스킨십은 상당히 잦다. 특히 임원진과는 일반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성 대표는 일반 직원들과 식사만큼은 좋은 곳에서 가져야 한다며 여의도 뷰 맛집을 찾는다. 최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차 수당 '지급'을 대신해 '연차 소진'을 시행하는 안에 대해 실시한 사내 찬반투표에서 직원의 93%가 찬성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사장님 취임 이후 직원들 행동양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표현 중 하나가 ‘어 리틀 모어(a little more)’입니다. 각자의 업무와 활동에 대한 조금 더 고민하고 활동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죠. 그래서인지 내부에서도 리셋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는 직원들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성 대표의 적극성도 기대 이상이다. 임원 회의에서 각 부서의 현안 관련 프리젠테이션(PT)한 내용에 대해 혼자 시간을 갖고 소화한 뒤 해당 본부장을 재호출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사진=지난 8월 iM증권 사명변경 및 뉴비전 선포식 당시 성무용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 내달 리테일 개편안, 첫 고비 될까 다만, iM증권이 마냥 허니문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성 대표는 올해 안에 바닥을 딛고 내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당장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말 iM증권의 구조조정은 예고된 수순으로 내달 중 지점 폐쇄 등을 포함한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나야 언제든 자리 내놓으라고 하면 떠나면 그만 아입니까. 다만, 회사가 어려울 때 이러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중에라도 성무용이 회사 기반은 잘 닦아놨다, 한마디는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과 반년만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iM증권을 점령한 성 대표는 과연 구조조정안을 통해서도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까. 미워할 수 없는 소통형 리더 성무용이 내놓을 다음 레터에 어떤 내용이 실릴지 직원들의 시선이 쏠리는 요즘이다.

성무용 iM증권 사장이 무서운 이유 [뷰파인더]

상반기 800억대 손실내며 DGB지주 '미운오리'된 iM증권
'낙하산' 오명 벗고 소통 리더십으로 내부 평가 '긍정적'
연말 지점폐쇄 등 구조조정 '관건'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9.30 14:12 의견 0

지난 3월.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앞에는 '낙하산 대표이사 결사반대' 현수막이 내걸렸었다. DGB금융지주에 매각된 이후 증권업계 출신으로 이어져오던 최고경영진(CEO) 계보에 증권 경험이 전무한 대구은행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은 직원들에게 반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악 위기 국면에 옥죄기를 위한 강수라는 불안감이 회사 안팎을 휘감았다.

사실 2021년 유례없는 실적 고점을 찍을 때만 해도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자기자본이 불과 1조원대 회사에서 연간 1640억원대 순이익이라니. 쾌재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2년 후 iM증권 실적은 역대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간 내부에서도 불안한 줄타기로 여겨졌던 기업금융(IB),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의존도가 90% 수준까지 확대된 iM에게 부동산 경기 침체는 회사의 존폐를 가를만한 위기로 인식됐다. 신용평가사들의 리스크 관련 자료에서 iM투자증권은 부동산 우발채무 1위 증권사로 오르며 부실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올해 상반기 iM투자증권의 순손실금은 무려 814억원. 사상 최악이다.


■ ‘소통형 리더’ 성무용의 드라이브

바꿔 생각해보면 ‘낙하산’으로 불린 성무용 대표로서도 썩 화려하지 못한 귀환처였다. 평생 대구은행에서 ‘뱅커’로 살았던 그가 현역에 대한 미련을 끊어냈을 즈음 이뤄진 새삼스런 복귀인데 잘해야 본전인 여의도 바닥에, 그것도 계열사 최대 적자 회사라니.

성 대표 복귀에는 지주의 확고한 의지가 작용했다. 과거 DGB금융지주 채용 비리 이슈에 휩쓸려 직을 놓았던 성 대표를 지주가 굳이 몇년 만에 증권가로 재소환했음은 그만큼 소방수로서, 또 향후 지주가 그려갈 iM증권의 밑그림을 구현해기에 성 대표를 능가할 적임자가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실제 성 대표는 소통형 리더로 꼽힌다. 마음 먹은 일은 강단 있게 추진하되 상대가 누구라 해도 마주 앉아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2018년 퇴임 후 그가 템플스테이를 허하지 않는 사찰의 주지 스님과 1시간 여 대화 끝에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는 일례만 봐도 그만의 특유의 설득력과 강단은 어느 정도 입증된다.

지휘봉을 잡은 성 대표는 실제 사장 업무에서도 상당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10대 주요과제와 세부미션 30개를 선정한 성 대표는 내부통제 시스템부터 성과금 지급구조 개선, 리테일 혁신, 인사시스템 개선 등 바닥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영업 방식도 아웃도어세일즈(ODS) 시스템으로 변경해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PF 부문 역시 우수인력만을 남기고 새롭게 개편했다.

■ 레터보내는 CEO의 'A little more'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강도 높은 변화의 물결임에도 사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취임후 직원들에게 수차례 레터를 발송했다. 현재 회사의 상황과 현안에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직접 설명했고, 함께 만들어가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여느 CEO들처럼 권위를 내세워 의전을 중시하거나 형식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반면 직원들과의 스킨십은 상당히 잦다. 특히 임원진과는 일반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성 대표는 일반 직원들과 식사만큼은 좋은 곳에서 가져야 한다며 여의도 뷰 맛집을 찾는다.

최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차 수당 '지급'을 대신해 '연차 소진'을 시행하는 안에 대해 실시한 사내 찬반투표에서 직원의 93%가 찬성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사장님 취임 이후 직원들 행동양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표현 중 하나가 ‘어 리틀 모어(a little more)’입니다. 각자의 업무와 활동에 대한 조금 더 고민하고 활동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죠. 그래서인지 내부에서도 리셋하자는 취지에 동의하는 직원들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성 대표의 적극성도 기대 이상이다. 임원 회의에서 각 부서의 현안 관련 프리젠테이션(PT)한 내용에 대해 혼자 시간을 갖고 소화한 뒤 해당 본부장을 재호출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사진=지난 8월 iM증권 사명변경 및 뉴비전 선포식 당시 성무용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 내달 리테일 개편안, 첫 고비 될까

다만, iM증권이 마냥 허니문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성 대표는 올해 안에 바닥을 딛고 내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당장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말 iM증권의 구조조정은 예고된 수순으로 내달 중 지점 폐쇄 등을 포함한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나야 언제든 자리 내놓으라고 하면 떠나면 그만 아입니까. 다만, 회사가 어려울 때 이러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중에라도 성무용이 회사 기반은 잘 닦아놨다, 한마디는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과 반년만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iM증권을 점령한 성 대표는 과연 구조조정안을 통해서도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까. 미워할 수 없는 소통형 리더 성무용이 내놓을 다음 레터에 어떤 내용이 실릴지 직원들의 시선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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