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국 최초의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해체가 공식 승인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건설과 운영’에 집중됐던 구조가 ‘해체’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리 1호기의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니라, 방사선 제염, 고방사성 폐기물 분리 및 처리, 고난도 구조물 절단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는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400기의 상용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며, 원전 1기당 해체 비용은 약 8,000억 원, 전체 시장 규모는 10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체를 완료한 사례는 단 25기, 원상 복구까지 마친 원전은 9기에 불과하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총 5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전체 사업비는 1조 713억 원으로 추산된다.

1단계 – 인허가 및 사용후 연료 반출
약 167톤, 480다발의 사용후 연료가 수조 내에 저장돼 있으며, 이를 위한 건식 저장시설이 새로 설치된다. 연료 안정화까지 최소 5년 소요 예정이다.

2단계 – 비방사성 구역 해체 및 폐기물처리시설 구축
터빈건물 등 비오염 설비 철거와 폐기물 분류, 저장·이송 시설 구축이 포함된다. 민간 기업 참여가 활발한 수익 초기 구간으로 평가된다.

3단계 – 방사선 구조물 해체 (핵심 단계)
전체 사업비 중 7072억 원이 이 구간에 집중됨.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등 고방사선 설비를 분해해 처리하며, 17만 톤의 폐기물 중 약 9000톤이 중·저준위로 분류되어 처분 비용만 2625억 원 배정할것으로 전망된다.

4단계 – 부지 복원
방사선 오염 제거 후 산업용지 등으로 재활용 가능하도록 복구. 해체지원시설 및 일반 건설비 일부가 투입될것으로 예정된다.

5단계 – 규제 해제 및 사후관리


2025년 기준 전 세계 영구 정지된 상업용 원전은 215기에 달하며, 아직 해체에 들어가지 못한 원전은 180기 이상으로 추정된다. 규제 지연, 예산 부족, 기술 인력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부터 각국의 해체 일정이 본격화되며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설계, 방사선 안전, 폐기물 처리 등 고정비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 내재화와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은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2기의 원전이 설계 수명을 종료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참여 경험이 자산으로 축적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소수 국가만이 원전 해체 경험을 보유한 현재, 국내 해체 기술 표준화 및 특허 확보는 향후 수조원 단위 글로벌 발주 경쟁에서의 핵심 변수다.

고리 1호기 해체에 참여한 기업들은 향후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시장 선점 = 독점이라는 구조상 빠른 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츠로테크의 가장 주목받는 영역은 방사성 폐기물 감용 및 고정화 기술이고, 비츠로테크는 플라즈마 용융 방식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처리 공정을 통해, 액체·고체 형태의 방사성 폐기물을 고온 융해시켜 유리질 고체화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소각·압축 방식 대비 최대 90% 이상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처리 비용도 1/10 수준으로 절감된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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