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건설사 이화공영이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서만 이화공영까지 8곳의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줄도산 위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적된 부실이 드러나는 구조조정 흐름으로 진단하고 있다. 다만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에 따른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회복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공공공사 확대와 추경 편성, 시장 심리 안정 등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화공영 본사.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 PF 차환 막힌 중견사, 연쇄 회생절차 속출
이화공영은 1956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69년을 맞은 장수 건설사로서 경찰청 기동대 청사, 상명대학교 강의동 등 다양한 공공·교육시설을 시공해온 종합건설사다. 최근에는 한미사이어스의 제2 한미타워 신축 공사에도 참여했다. 시공능력평가 134위에 올라 있는 중견 기업으로, 올해 2월에는 229억원 규모의 경기 안양 연성대 신축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은 좋지 않았다. 이화공영은 지난해 기준 매출 10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2% 줄었고, 영업손실 413억원, 순손실 43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231억원, 현금·현금성 자산은 5390만원에 불과했으며,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34.82%p 증가한 163.44%로 집계됐다.
결국 이러한 재무구조 악화와 유동성 부족 속에서 이달 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게 됐다.
이화공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38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7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 다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높고, 미분양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PF 차환이 어려워지며 자금 경색을 겪었다.
2025년 1분기 법정관리 신청 건설사 표. (표=손기호)
삼부토건은 1970년 창립 이래 주택 및 도시개발 분야에 강점을 보였지만, 최근 대규모 민간 주택사업에서 미분양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회생절차를 밟았다. 대저건설은 경남 지역의 다수 개발사업에서 PF 구조를 활용했으나, 금리 상승으로 차환에 실패하며 2025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안강건설도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사업에서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확대됐다.
PF 구조의 핵심은 분양 수익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분양 시장 위축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PF 차환이 어려워지고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시공사가 실질적 보증 주체로 떠안는 구조적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일부 사업은 시행사의 자본금이 극히 적고,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90% 이상이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시공사들은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리스크를 사실상 떠안게 된다.
신동아건설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2019년 워크아웃 졸업 후 회생 국면을 넘겼던 이 회사는 2025년 1월 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인천 검단 파밀리에 엘리프 미분양 사태와 송산그린시티 사업의 PF 구조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결과다. 파밀리에 엘리프는 초기 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금리 부담으로 계약 해지율도 급증했다.
■ 전문가들 "구조조정 과정" 진단…"지방 건설사 직격탄, 공공공사 추경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회생 절차가 줄도산보다는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과도하게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3월 건설업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체의 이자비용은 코로나19 직후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동비율은 2023년 기준 1.49로, 안정권(1.50)에 미치지 못했으며, 당좌비율도 2022년부터 1.30 이하로 하락해 유동성 리스크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줄도산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현재는 공사비 증가와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로 인해 재정적,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건설사들이 일정 수준의 현금 흐름으로 버티고 있으나, 매출이 줄어드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런 여력이 없는 곳부터 회생절차로 내몰리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서울·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 건설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며, “특히 경북권이나 전라권 등 지방에 기반을 둔 건설사들은 사업 진행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2~2013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비슷한 국면이 있다“면서 “그때처럼 현재도 공사는 줄고 금융권은 조기 상환 압박을 강화하는 구조조정 시기가 겹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 전망과 정부 대응에 대해선 그는 “정부의 공공공사 확대나 금리 인하가 병행될 경우 회복의 단초가 보일 수 있다”며 “산불 피해 복구 등으로 추경이 편성되면 지방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장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유동성 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