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
국회에서 기업인들을 언제든지 호출하고 기업 기밀이 담긴 서류를 공개하게 하는 법이 시행될 전망이어서, 재계에선 다시 검토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경제6단체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6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증언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명한다”며 “재의 요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 증언법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국정감사뿐 아니라 중요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겼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은 기업 기밀 유출과 경영 활동 제약이 불가피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됐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이르면 내년 3월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6단체는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안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며 “기업의 경영활동과 국가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해외 경쟁사로의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고, 경영진의 영업활동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또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 원칙 침해 가능성도 들었다.
국회 의사록은 영상으로 공개돼 언제든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등 경쟁 기업들에 영업비밀과 핵심기술을 유출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명서에선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를 포함한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도 국회가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기밀과 주요 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 외국기업들도 이를 우려해 한국에서의 사업을 다시 고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이 본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도 지적됐다. 경제단체는 “국회 소환에 따른 기업인 출석이 의무화되면 경영진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여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출장 중인 기업인에게 화상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성명에선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 사생활 침해금지 원칙,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6단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대항전을 벌이는 가운데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재의요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