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도 같은 생각이어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조금 폐지 시 시장 판도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 DOGE 수장 선임 예정 머스크 “모든 공제 없애야”…‘사다리 걷어치기’ 전략 17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DOGE 공동의장 비벡 라마스와 함께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의사당을 찾아 공화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모든 공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제혜택으로 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머스크는 전기차만을 판매하는 테슬라의 CEO로서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혜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없애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머스크의 ‘사다리 걷어치기’ 전략이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전기차 선도적 위치에 있는 테슬라는 후발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보조금 혜택을 없애 선두에 선다는 구상이 내포된 것이다. 앞서 머스크는 올해 7월에도 X(구 트위터)에서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보조금 폐지에 대해 “경쟁자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며 “테슬라도 약간 다치겠지만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DOGE 수장이 되고 나서는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됐다. ■ 테슬라, 내년 상반기 저가형 ‘모델Q’ 준비…보조금 없어도 가격 경쟁력 머스크는 이미 이러한 구상 아래 내년 상반기 중저가 전기차도 준비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을 통해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있는 출구 전략을 마련한셈이다. 머스크는 지난 3분기 테슬라 컨퍼런스콜에서 “내년(2025년) 상반기 저가형 차량을 내놓을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전기차. (사진=테슬라)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이달 초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저가형 전기차 출시 일정을 공개했다. 이 전기차는 가칭 ‘모델 Q’라며 명명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고, 소형 해치백으로 전장은 4m가 안 되며,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말대로 미국 내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철회될 경우에도 모델 Q 판매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모델 Q’의 실구매가는 3만7499달러(537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존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 3’의 최저 가격인 4만4130달러(6320만원)보다도 6000달러가량 저렴하다. IRA 세제혜택이 이어질 경우 실구매가는 2만9999달러(4305만원)가 된다.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의 BYD(비야디)나 폭스바겐 ID.3 등 중저가 전기차 모델과 경쟁할 수 있다. ■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생산 늘려…EV3, 모델Q 대항마로 출격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불리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세워 올해 10월부터 조기 운영을 시작해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으로 IRA 세제혜택을 받는 게 목표였는데, 트럼프의 전기차 세제혜택 철회 기조와 DOGE 수장이 될 머스크의 이번 전기차 보조금 혜택 철회 방침 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하이브리드차 생산과 전기차를 동시에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 당장에는 버틸 수 있지만, 전기차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뒤처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현대차 사장에 새로 부임하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겸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지난 11월 LA오토쇼에서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지만,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FCEV) 등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반차량 모델보다 비싼 하이브리드차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현대차·기아의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PHEV 포함) 누적 판매실적은 올해 10월 말 기준 425만6024대를 기록해 40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3분기 합산 누적 매출은 208조9081억원, 영업이익은 21조3681억원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와 2.8% 늘어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폭스바겐그룹을 따돌리고 토요타그룹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려 실적을 늘렸다. 기아 전기차 EV3 (사진=기아) 기아는 EV3로 북미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모델 Q’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형 EV3는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해 북미 지역에 판매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은 11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EV3의 예상 판매 가격은 3만~3만5000달러 수준으로, 테슬라 모델Q의 예상가 3만7499달러보다 저렴하다. EV3가 IRA 혜택에 따른 보조금을 받으면 2만5000달러(359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모델Q보다 더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 없애라" 머스크 전략에…현대차·기아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 DOGE 공동수장 선임 머스크
"모든 공제 없애야"…'사다리 걷어치기' 전략
테슬라, 저가 '모델Q' 준비…보조금 없어도 가격 경쟁력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생산 늘려…EV3, 대항마로 출격

손기호 기자 승인 2024.12.17 15:25 의견 0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도 같은 생각이어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조금 폐지 시 시장 판도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 DOGE 수장 선임 예정 머스크 “모든 공제 없애야”…‘사다리 걷어치기’ 전략

17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DOGE 공동의장 비벡 라마스와 함께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의사당을 찾아 공화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모든 공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제혜택으로 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머스크는 전기차만을 판매하는 테슬라의 CEO로서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혜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없애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머스크의 ‘사다리 걷어치기’ 전략이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전기차 선도적 위치에 있는 테슬라는 후발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보조금 혜택을 없애 선두에 선다는 구상이 내포된 것이다.

앞서 머스크는 올해 7월에도 X(구 트위터)에서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보조금 폐지에 대해 “경쟁자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며 “테슬라도 약간 다치겠지만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DOGE 수장이 되고 나서는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됐다.

■ 테슬라, 내년 상반기 저가형 ‘모델Q’ 준비…보조금 없어도 가격 경쟁력

머스크는 이미 이러한 구상 아래 내년 상반기 중저가 전기차도 준비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도 중저가 전기차 모델을 통해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있는 출구 전략을 마련한셈이다.

머스크는 지난 3분기 테슬라 컨퍼런스콜에서 “내년(2025년) 상반기 저가형 차량을 내놓을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전기차. (사진=테슬라)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이달 초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저가형 전기차 출시 일정을 공개했다. 이 전기차는 가칭 ‘모델 Q’라며 명명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고, 소형 해치백으로 전장은 4m가 안 되며,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말대로 미국 내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철회될 경우에도 모델 Q 판매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모델 Q’의 실구매가는 3만7499달러(537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존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 3’의 최저 가격인 4만4130달러(6320만원)보다도 6000달러가량 저렴하다.

IRA 세제혜택이 이어질 경우 실구매가는 2만9999달러(4305만원)가 된다.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의 BYD(비야디)나 폭스바겐 ID.3 등 중저가 전기차 모델과 경쟁할 수 있다.

■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생산 늘려…EV3, 모델Q 대항마로 출격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불리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세워 올해 10월부터 조기 운영을 시작해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으로 IRA 세제혜택을 받는 게 목표였는데, 트럼프의 전기차 세제혜택 철회 기조와 DOGE 수장이 될 머스크의 이번 전기차 보조금 혜택 철회 방침 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하이브리드차 생산과 전기차를 동시에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 당장에는 버틸 수 있지만, 전기차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뒤처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현대차 사장에 새로 부임하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겸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지난 11월 LA오토쇼에서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지만,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FCEV) 등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반차량 모델보다 비싼 하이브리드차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현대차·기아의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PHEV 포함) 누적 판매실적은 올해 10월 말 기준 425만6024대를 기록해 40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3분기 합산 누적 매출은 208조9081억원, 영업이익은 21조3681억원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와 2.8% 늘어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폭스바겐그룹을 따돌리고 토요타그룹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려 실적을 늘렸다.

기아 전기차 EV3 (사진=기아)


기아는 EV3로 북미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모델 Q’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형 EV3는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생산해 북미 지역에 판매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은 11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EV3의 예상 판매 가격은 3만~3만5000달러 수준으로, 테슬라 모델Q의 예상가 3만7499달러보다 저렴하다. EV3가 IRA 혜택에 따른 보조금을 받으면 2만5000달러(359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모델Q보다 더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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