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광명 EVO Plant에서 생산 중인 보급형 전기차 EV3 (사진=기아)
전기차 시장이 경기불황과 전기차 보급의 ‘캐즘’을 넘기 위해 중저가 보급형 모델로 재편되고 있다. 기아는 EV3, 4, 5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테슬라는 저가형 모델Q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중국 BYD까지 내년 1월 한국에 승용전기차 브랜드를 공식 출범하며 경쟁에 가세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대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 기아 보급형 EV3, 5개월 만에 아이오닉5 11개월 판매량 육박
18일 기아에 따르면 기아가 올해 7월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EV3는 11월까지 5개월 만에 누적 1만2390대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맏형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가 1~11월 누적 1만3602대 팔린 것과 비교해 1000여대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EV3는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어서 가성비 좋은 전기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공간이 넓은 준중형급 전기차인 데다가 1회 충전에 501㎞를 갈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11월 7431대가 팔려 EV3의 5개월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가성비 갑의 보급형 전기차가 경기 불황과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을 완성차 기업들은 확인한 셈이다. 기아는 내년에도 EV4, 5를 출시하고 보급형 전기차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12일 기아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기아 EV 데이’를 개최하고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보급형 전기차 EV5와 EV3·4 콘셉트카 2종을 공개했다. (사진=손기호)
앞서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사장)는 지난해 10월 ‘기아 EV 데이’에서 EV3와 EV4의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하며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이라며 “이러한 우려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기아 관계자는 “내년 EV4와 EV5 등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 확대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 EV5가 국내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기아 광주 공장에서 EV5가 생산될 예정이다. EV5는 본래 중국을 겨냥한 저가형 전기차로 나왔다. 지난해 11월 중국에 출시된 EV5는 올 7월까지 약 6000대가 팔렸고, 현지 판매가는 약 2800만원이다.
■ 테슬라, 4000만원대 ‘모델Q’ 내년 상반기 출시…기아 판매량 바짝 추격
테슬라도 저가형 전기차 ‘모델Q(가칭)’를 내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1억원이 넘는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를 판매하다가 저가형 전기차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내년 상반기에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며 모델Q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모델Q는 소형 해치백 전기차로 전장이 4m 미만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주행 가능 거리는 5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전기차. (사진=테슬라)
이 저가형 모델의 전기차는 3만7500달러(5400만원)정도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3의 최저가격인 4만4100달러(6300만원)대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기아 EV3와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3와 모델Y를 들여와 판매량에서 기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1~11월 국내에서 2만8498대 등록했다. 이는 지난해 1만5000대 수준의 판매량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가 3만4384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데 이어 테슬라가 2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차량을 제외한 전기차 판매가 2만8463대로 테슬라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 中 BYD, 승용전기차 내년 1월 공식 출범…2000만원대 전기차 몰려와
내년에는 중국 BYD(비야디)도 한국에 공식 진출해 기아와 테슬라와 저가형 전기차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회사로, 테슬라와 함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로는 한(Han), 아톰(Atto 3), 돌핀(Dolphin) 등이 있다.
특히 돌핀은 테슬라 모델Q와 기아 EV3와 경쟁할 대표 저가형 전기차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36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전기차다. 전장 4m가 조금 넘는 소형 해치백으로, 1회 충전 거리는 약 500㎞에 달한다. 가격은 중국 내에서 최상위 트림이 12만9800위안(약 2400만원)으로 모델Q의 예상가와 EV3의 판매가보다 저렴하다.
BYD 2000만원대 소형 해치백 전기차 '돌핀' (사진=BYD)
BYD 코리아는 내년 1월부터 한국에 공식적으로 전기 승용차 브랜드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BYD 코리아는 국내에서 DT네트웍스, 삼천리이브이, 하모니오토모빌, 비전모빌리티, 지엔비모빌리티, 에스에스모터스 등 6개사를 판매·AS를 위한 딜러사로 선정했다.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 사업부문 대표는 “한국에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량을 갖춘 6개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현재는 딜러 선정이 완료됐고, 권역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개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