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가 북미 지역에 운영 중인 매장들. (사진=SPC)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업계도 복잡한 셈법으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황금 인맥’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미국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다수 유통업체들은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특히 정 회장은 트럼프 부부가 참석하는 만찬 무도회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김범석 쿠팡 의장, 최준호 패션그룹 형지 부회장 등도 취임식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는 앞서 2018년 이마트 미국 법인 지주회사 ‘PKRH(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한 이래 현지에서 유통 사업과 제조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슈퍼마켓 체인인 ‘굿푸드홀딩스’, ‘뉴시즌스마켓’ 등 지분을 100% 인수하고 5개 브랜드 5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레곤 공장에서는 냉동·냉장 가공식품 연간 200만팩을 제조해 미국 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 중이다. 정 회장은 트럼프 재집권 ‘킹메이커’로 알려진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SPC그룹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미국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재 약 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한 현지 제빵공장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계열사 SPC삼립 역시 호빵·크림빵·약과 등 K푸드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이번 취임식에 참석한 허 회장은 취임식 후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총수 인맥으로 트럼프 취임식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들과 달리, 대다수 유통업체는 트럼프가 예고했던 ‘보편관세’ 현실화 가능성에 표정을 굳히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국내 내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 메우고 있던 식품기업 등은 직접적인 타격에 노출된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서부터 주요 교역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등 대외적 경영 환경도 한층 악화될 수 있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진출 기업들은 현지 생산 거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사우스다코타주 57만5000㎡ 부지에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초기 투자금액만 약 7000억원 규모로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을 2027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CJ푸드빌도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약 700억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을 건립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 냉동생지와 케이크 등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다만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비롯해 다수 업체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관세정책이 실제로 시행되기 전인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고 해도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수년째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편관세’ 여파로 국제 무역 환경까지 악화될 경우 유통업 불황이 한층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 10곳 중 8곳(83%)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등은 현재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수출 기업은 당장 뚜렷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0' 디데이…유통가, 표정 엇갈린 이유

트럼프 취임식에 총수 참석한 신세계, SPC 등 미국 사업 확장 기대
‘보편관세’ 공약 현실화시 수출 타격부터 비용 상승까지 전방위 악재
‘관세 회피’ 위해 현지 생산시설 확대 활발…국내 수출 기업은 ‘울상’

김성준 기자 승인 2025.01.20 16:07 의견 0

파리바게뜨가 북미 지역에 운영 중인 매장들. (사진=SPC)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업계도 복잡한 셈법으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황금 인맥’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미국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다수 유통업체들은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특히 정 회장은 트럼프 부부가 참석하는 만찬 무도회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김범석 쿠팡 의장, 최준호 패션그룹 형지 부회장 등도 취임식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는 앞서 2018년 이마트 미국 법인 지주회사 ‘PKRH(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한 이래 현지에서 유통 사업과 제조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슈퍼마켓 체인인 ‘굿푸드홀딩스’, ‘뉴시즌스마켓’ 등 지분을 100% 인수하고 5개 브랜드 5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레곤 공장에서는 냉동·냉장 가공식품 연간 200만팩을 제조해 미국 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 중이다. 정 회장은 트럼프 재집권 ‘킹메이커’로 알려진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SPC그룹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미국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재 약 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한 현지 제빵공장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계열사 SPC삼립 역시 호빵·크림빵·약과 등 K푸드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이번 취임식에 참석한 허 회장은 취임식 후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총수 인맥으로 트럼프 취임식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들과 달리, 대다수 유통업체는 트럼프가 예고했던 ‘보편관세’ 현실화 가능성에 표정을 굳히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국내 내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 메우고 있던 식품기업 등은 직접적인 타격에 노출된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서부터 주요 교역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등 대외적 경영 환경도 한층 악화될 수 있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진출 기업들은 현지 생산 거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사우스다코타주 57만5000㎡ 부지에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초기 투자금액만 약 7000억원 규모로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을 2027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CJ푸드빌도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약 700억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을 건립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 냉동생지와 케이크 등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다만 자체적인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비롯해 다수 업체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관세정책이 실제로 시행되기 전인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편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고 해도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수년째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편관세’ 여파로 국제 무역 환경까지 악화될 경우 유통업 불황이 한층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 10곳 중 8곳(83%)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등은 현재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수출 기업은 당장 뚜렷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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