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5시간 지연 끝에 시작됐지만 개회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겪고 있다. 임시주총은 출석주주가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정회 상태다.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돼 당초 개최 예정 시각인 9시를 훌쩍 넘긴 오후 1시 50분 경 시작했다. 의장은 대표이사인 박기덕 사장이 맡았다.
임시 주총은 박 사장의 개회와 동시에 사실상 정회됐다. 출석 주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회 됐기 때문이다.
임시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집행임원제도 도입 ▲소주 주주에 대한 보호 ▲배당 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 주총 개최 직전 나온 '의결권 제한' 카드
주총이 파행이 된 것은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개최 직전 내놓은 ‘상호주 제한’ 카드’가 도화선이 됐다.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MBK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 행사 무력화를 시도했다. SMC는 22일 영풍 주식 10.3%를 취득했다.
SMC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상법상 자회사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 회사가 B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질 경우, B 회사는 A회사에 대한 주식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당장 임시주총에서 MBK연합이 보유한 영풍의 주식으로 고려아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 측이 46.71%(자사주 제외 의결권 지분 기준)를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영풍이 보유한 지분은 25.4%에 이른다.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약 34%인 상황에서 영풍 지분이 무력화 되면 표 대결은 최 회장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 집중투표제 무산되자 의결권 무력화···MBK연합 강력 반발
최근 지분 경쟁에서 앞선 MBK연합은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고려아연이 사활을 건 ‘집중투표제’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 고려아연 측은 불리한 형세가 임시주총까지 이어지는 듯 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 행사 무력화를 선언하자 MBK연합은 이를 불법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지하는 순환출자 구조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 측이 근거로 제시한 제369조 제3항에도 문제점을 제시했다. MBK·영풍 측이 조사한 판례에 따르면 이는 국내 주식회사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전날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로 밝혔으나, 23일 오전에는 'Australian Proprietary Limited (Pty Ltd) Company'로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