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온라인 화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줌 캡쳐)
지난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놓고 각각 입장을 밝힌 MBK·영풍연합(이하 MBK연합)과 고려아연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MBK연합은 상호주 제한 관련 거래에 참여한 최씨 일가에 대한 형사고발을 예고한 반면 고려아연은 대타협을 전제로 한 제안과 함께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앞서 열린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정밀 법인이 갖고 있던 ㈜영풍 지분 약 19만주(10.33%)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에 장외매도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을 때 각 회사가 상대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상법 상 상호주 제한에 따라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의결권(지분 25.42%)을 제한했다.
■ MBK연합 "최회장, 공정거래법 위반한 탈법행위···형사고발할 것"
24일 오전 10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상호주 제한’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탈법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뿐 아니라 상호주 제한 관련 거래에 참여한 최씨 일가 모두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유상증자까지 검토했던 최윤범 회장 측이 상호주 제한을 마지막에 쓴 이유는 최 회장 측 스스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회 진입을 막고 의결권을 없앤 것은 단절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은 우리(MBK파트너스-영풍) 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고 토로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향후 법적 대응과 함께 플랜B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는 박기덕 사장 (사진=고려아연)
■ 고려아연, MBK 이사회 진출 방식 열어···"싸움 피하지 않겠다"
같은 날 오후 2시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기덕 사장은 대화를 제안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신봉철 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이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박 사장은 고려아연 직원과 주주, 지역사회를 위해 MBK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 측 인사 일부를 이사회에 진출하는 방식의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한다면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박 사장은 “MBK가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겠다 얘기했고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경영 참여의 뜻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보자는 뜻에서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 성장을 위한 공통의 목표를 갖고 전향적인 의사 결정을 해보자는 뜻의 메시지로 해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의 대응이 상반된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이에 응할지, 고려아연은 대화 의지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