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은행의 최근 5년간 기업대출 연체율(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파로 기업 여신을 더 늘리고 있어 은행 건전성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연체율)은 국민은행 179조원(0.33%), 신한은행 175조원(0.31%), 하나은행 162조원(0.38%), 우리은행 154조원(0.32%), 농협은행 143조원(0.69%), 기업은행 255조원(0.81%) 등이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연체율 흐름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0.14%→0.21%→0.33%, 신한은행 0.24%→0.26%→0.31%, 하나은행 0.26%→0.32%→0.38%, 우리은행 0.23%→0.24%→0.32%, 농협은행 0.34%→0.52%→0.69%, 기업은행 0.32%→0.62%→0.81% 등 상승 흐름이다.
금리 인상기 초입이던 2022년 말에는 6개 은행 모두 연체율이 0.1~0.3%대에 머물렀지만 역사상 가장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후 현재는 0.3~0.8%대를 기록 중이다. 6개 은행의 연체대출 잔액 규모는 5조2963억원에 달한다.
지방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부산은행 0.61%, 경남은행 0.36%, 광주은행 0.62%, 전북은행 0.94%, 제주은행 1.17% 등 2022년 말에 비해 큰 폭 상승한 상태다.
문제는 기업대출을 자의 반 타의 반 앞으로 더 크게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연체율 관리 등 여신 건전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미국발 관세 충격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가 커져 이를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4대 금융지주는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 저마다 10조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의 협상 추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타격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일정 부분 여신 부실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충격이 특정 업종, 특정 기업이 아닌 다수의 수출 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때 모든 경제주체에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은행은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은행의 기업여신 확대가 타의에 의해 이뤄질 경우 마진 선방의 원인이었던 ‘저금리기의 저성장’ 전략이 깨질 수 있고, 예상 이상의 RWA(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연결돼 주주환원 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밸류업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