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뷰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카카오)

■ 카톡으로 성장한 카카오, 다음 인수 후 사세 확장

급성장한 카카오에게 필요한 것은 개발 인력이었다. 합병으로 인해 카카오는 다음의 전문화된 인력들과 기술력,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카카오는 급격히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카카오페이를 출시했고, 2015년 3월에는 카카오택시, 그해 8월에는 오픈채팅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를 설립하고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일본에서는 픽코마를 출시했다. 카카오톡은 쇼핑, 결제, 음악, 게임,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으로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21년 6월 15일, 다음 인수 이후 7년 만에 카카오의 시총은 64조원을 돌파하며 63조5699억원이었던 네이버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신사업의 과감한 추진, 왕성한 인수합병(M&A), 빠른 의사 결정 등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결과였다.

승승장구하던 카카오였지만 고민거리도 생겨났다. 외형적으로 성장을 이어 갔지만 영업이익률은 2020년 이후 계속 줄었다. 지난 2022년 카카오의 매출은 6조 7987억원, 영업이익은 5694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매출 7조 8717억원을 달성하며 약 1조원 넘게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602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수익성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한쪽에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고, 쪼개기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카카오 경영진도 이러한 비판을 인식한 듯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CA협의체의 주도 아래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거나 통합하면서 지난해 5월 147개였던 계열사 숫자를 지난달 116개까지 줄였다. 지난 10년간 이어온 확장에 이어,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도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츠CIC 분사와 카카오VX 등의 계열사 매각을 논의 중이다.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 2025년, AI 혁신 통해 새로운 변화 예고

카카오는 AI 대중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AI 비서 서비스 ‘카나나’부터 오픈AI의 GPT까지 다양한 언어모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지난 2월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전략적 제휴 체결을 발표했다. 카카오톡, 카나나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AI기술 API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신아 대표는 “오랜 기간 국민 다수의 일상을 함께 하며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개인화된 AI’를 선보이는 것이 지금 카카오의 역할”이라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오픈AI와 협력해 AI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은 올해 이용자들이 관심사 중심의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마련하고, 카카오톡 내 주요한 맥락에서 이용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AI 기능들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카카오톡은 이용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는 ‘발견’ 영역을 출시할 계획이다. 발견 영역에는 이미지, 동영상, 숏폼과 같이 이용자가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가 피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또 상반기 중 카카오톡 내에 ‘AI 메이트’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AI 메이트’는 이용자들과 인터랙션하며 다양한 요청을 분석해 추천해주는 형태로, 기존 서비스들을 강화해줄 수 있는 진입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AI 메이트 쇼핑과 로컬은 톡채널 형태로 출시하고, 향후에는 카카오 커머스 내 지면이나 카카오맵에도 적용이 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생성형 검색의 맥락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수익성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