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이 급변하면서 K-뷰티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넘어선 K-뷰티 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강화라는 변수 앞에 시험대에 올랐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15.5억 달러가 미국 수출로,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특히 인디 브랜드들이 기초 화장품 중심으로 미국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며 스킨케어 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추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행정부는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는 25%까지 상향된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90일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부터는 K-뷰티 제품에도 25%의 관세가 붙게 된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K-뷰티 브랜드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인디 브랜드는 마진 조정 여력이 부족해,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다. 진재현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미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ODM 기업들은 관세 부담 없이 고객사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갖췄다”며 “관세 회피는 물론, 현지에서의 빠른 대응과 납기 단축이 가능해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ODM 방식은 자체적인 연구와 제품 기획 능력을 보유한 만큼, 고객사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며 “미국 화장품 시장은 글로벌 최대 규모인 만큼, 이 시장에 기반을 둔 현지 생산력은 향후 수년간 기업의 실적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잉글우드랩,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유망한 수혜주로 떠오른다. 이들 기업은 이미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회피는 물론, 빠른 납기와 고객 맞춤형 생산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잉글우드랩은 뉴저지 토토와 공장에서 연간 2억 1100만 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선케어 제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FDA 승인이 필요하며, 잉글우드랩은 이에 특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 상승을 우려해 한국산 선크림을 사재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잉글우드랩의 주문량 증대가 기대된다.
또한 화장품 인체적용 시험을 전문으로 하는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관세 영향을 받지 않으며, K-뷰티 시장 성장과 함께 시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아모레퍼시픽, 로레알 등 주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낳고 있지만, 현지화 전략과 ODM 기반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진재현 연구원은 “지금은 단기적인 충격보다도 장기적인 전략적 전환이 더 중요하다”며 “관세 이슈는 일시적일 수 있으나, 기업의 대응력은 그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뷰티의 미래는 이제, 얼마나 기민하게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달렸다.
필자인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했고, MTN 머니투데이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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