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9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위)과 포스코이앤씨(아래)의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 사업 홍보관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서울 용산 한복판, 과거 베르가모 웨딩홀이 있던 자리에 두 대형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9에 위치한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사업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총사업비만 약 1조 원에 달하는 이번 수주는 단순한 아파트 건설을 넘어, 서울 핵심 입지에서 펼쳐지는 ‘도시 재구조화’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현장을 놓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 중이다.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홍보관은 HDC현대산업개발이 5층, 포스코이앤씨가 4층에 각각 마련돼 있었다. 양측 모두 조합원을 상대로 치열한 설득전에 돌입한 모습이었다.
■ HDC현대산업개발 “디벨로퍼 방식으로 도시 재편”…글로벌 파트너십
HDC현대산업개발은 ‘디벨로퍼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홍보관은 5층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 마주하는 단지 모형도는 330m 길이의 ‘스카이라인 커뮤니티’다. 이를 상징하는 프로젝트 브랜드도 ‘The Line 330’이다. 115m 상공에서 360도 조망이 가능한 ‘하이라인 커뮤니티’도 설계에 포함돼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총 600가구가 한강 조망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이 중 444가구는 욕실에서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 사업 홍보관 모습. 레하우의 초광폭 창호가 적용된 침실(위)과 아일랜드 식탁과 와이보관함 등이 있는 주방(아래 왼쪽), 한강이 보이고 이탈리아산 마감재가 적용된 욕조. (사진=손기호 기자)
현장에 꾸며놓은 견본주택에선 이탈리아제 욕조에 옆 창가에는 한강과 63빌딩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해 시선을 끌었다. 안방에선 2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고 한강을 바라보고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이 연출돼 있다. 주방은 고급 대리석의 아일랜드 식탁과 와인바 등이 눈길을 끌었다.
통창은 독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레하우(REHAU)’의 초광폭 창호가 적용됐다고 한다. 내부 마감재로는 이탈리아 수입 욕실 제품과 명품 주방 가전, 인버터 레인지 등 고급화 전략이 집약됐다.
조경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함께 참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단순 녹지 수준이 아닌 체험형 조경, 커뮤니티 중심 녹지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는 호텔HDC와 파크하얏트 브랜드를 연계해 입주민에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얏트호텔은 단지 최상층에 배치돼 식음 서비스 연계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 포스코이앤씨 “AI조망·하이엔드 설계로 오티에르 구현”
바로 아래층에는 포스코이앤씨의 홍보관이었다. 이 회사는 ‘오티에르 용산’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엔드 향으로 가득 찬 홍보관 입구를 지나면 글로벌 건축 설계사 유엔스튜디오가 설계한 곡선 외관 모형이 조합원들을 맞이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 사업 홍보관에서 조합원들이 상담을 바고 있는 모습(위). 독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슈코 창호가 적용된 거실(아래 왼쪽)과 녹지율 50%가 적용된 모형도(아래 오른쪽). (사진=손기호 기자)
포스코는 AI 기반의 조망 분석 시스템을 적용해 국내 대표 조망 분석 전문기업 텐일레븐과 함께 1만20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기존 설계보다 178가구가 늘어난 총 513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고 했다.
포스코도 한강 조망에 힘을 쏟았다. 이날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슈코를 도시정비사업 최초로 도입해 막힘 없는 조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조망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총 280세대 대형 평형을 구성하고 200㎡ 규모 펜트하우스 11세대를 배치해 고급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조경률은 50% 이상이다. 국내 최초 세계 3대 가든쇼 출전 경험이 있는 김영준 작가의 조경 디자인을 도입해 녹지 품질도 차별화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를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며 “서브 펜트하우스 등 경쟁사 대비 대형 평수를 늘린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했다.
■ ‘연결성’ 강조한 양사…실현 가능성 공방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이번 사업의 또 다른 쟁점은 단지와 주변 기반시설 간 연결성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 빅링크’ 전략을 통해 신용산역까지 지하 연결, 국제업무지구까지는 지상 육교 연결을 제시했다. 조합원들의 이동 편의성과 지역 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아울러 포스코이앤씨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지하 연결 계획에 대해서 “용산푸르지오 단지의 일부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 경우 해당 단지의 협의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지하 통로 개발 계획 설명 모습. 포스코이앤씨의 신용산역과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포스코 빅링크’ 지하 통로 계획(아래). (사진=손기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지하통로를 통해 용산역과 신용산역을 연결하고, 국제업무지구에 조성하는 덮개공원을 통해 ‘용산 아이파크몰’까지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해당 연결이 교통량 많은 한강대로 지하를 관통해야 하는 구조라 인허가가 어려울 수 있다”며 회의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아파트 상부 연결 구조에 대해서도 포스코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는 “도로를 넘는 아파트 간 상단부 연결은 구조안전, 인허가, 조망권 침해 등 복합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하얏트호텔의 입점도 논란의 중심이다. 포스코는 “아파트 상부층을 호텔에 제공하면 그만큼 조합에 돌아갈 전용 면적이 줄어들며, 인근 초등학교와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교육환경 심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대신 포스코는 호텔을 단지 외부 별도 건물에 유치해 입주민 서비스는 유지하고, 공간효율성과 인허가 가능성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포스코이앤씨, 제안서 위법 가능성” 주장도
포스코이앤씨도 지적을 받았다. 앞서 포스코이앤씨가 제출한 제안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쟁점은 정비기반시설 하부에 수익형 주차장을 설치하고 이를 조합과 수익 공유하겠다는 부분이다.
이는 서울시 고시(2023-6호)에서 정비기반시설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조항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고물 설치 계획도 논란이다. 포스코가 제안한 미디어파사드 광고물이 ‘정비구역 내 발광광고물 금지’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왔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는 단순한 아파트 시공을 넘어 도시정비와 운영, 상징성까지 고려한 총력전으로 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AI 기반 설계,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실현 가능성 높은 연결성 설계로 승부수를 던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디벨로퍼 전략과 이탈리아제 등 고급 인테리어, 글로벌 파트너십, 자산 연계 개발로 도시 자체를 기획하겠다는 큰 그림을 내세웠다.
오는 22일 조합원들의 선택이 서울 용산의 미래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