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건설업계 실적은 ‘수익성 회복’과 ‘이익 급감’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각각 33%, 31%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고정비 부담과 분양 침체 등의 여파로 이익이 줄며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 GS건설, 신규 수주 41% 급증…인프라 부문 매출 30% 상승
30일 GS건설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629억원, 영업이익 704억원, 당기순이익 123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수주 실적이 견조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6%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와 유사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급감해 이익 구조의 불안정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1월 2일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현장서 시무식을 진행하며, 현장직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사업 부문별로는 주택 부문 매출이 감소한 반면, 플랜트 및 인프라 부문은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인프라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한 3,4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GS건설은 일부 프로젝트의 수익성 저하 및 자회사 GS이니마의 실적 둔화가 순이익 급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주 실적은 울산 복산1구역(1조 1,392억 원), 경기 오산 내삼미2구역(5,478억 원), 서울 신림1구역(4,616억 원) 등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1분기 신규 수주액 4조 6,553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내실 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며, "신중한 수주 전략과 리스크 관리 중심의 운영을 지속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 DL이앤씨, 수익성·재무 안정성 동시 개선
전날 DL이앤씨는 올 1분기 매출 1조8082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4.5%로 전년 대비 1.3%p 상승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DL이앤씨는 주택, 토목, 플랜트 부문이 고르게 성과를 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설명했다. 수주 원가율도 3분기 연속 90% 이하를 유지해 수익성 안정성을 꾀했다. 신규 수주는 1조5265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102.8%, 차입금 의존도는 11%로 대형 건설사 중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현재까지 6년 연속 'AA-' 신용등급을 유지 중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수익성 현장의 정리가 본격화되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도급증액 효과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건설사의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DL이앤씨는 주택 부문 원가율이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착공 물량이 증가해 향후 이익률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현대건설, 매출·이익 동반 감소…"하반기 수익성, 개선 여지"
마찬가지로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건설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4556억원, 영업이익 2137억원, 당기순이익 16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14.8%, 순이익은 20% 감소하며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털어내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작년 초 공사비가 급등한 시기에 착공된 현장들이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수주는 9조4301억원으로 연간 목표치의 30.3%를 조기에 달성했고, 수주잔고는 98조1475억원에 달해 약 3년2개월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NH투자증권 이은상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와 잔여 저수익 현장 영향으로 1분기 실적은 다소 눌렸지만, 연간으로는 상저하고 흐름 속 가이던스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저수익 주택 현장의 매출 비중이 올해 말 53%, 내년 말 14%로 낮아질 전망으로, 하반기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불가리아 등에서의 대형 원전 수주 모멘텀과 미분양 안정 관리도 중장기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 신동현 애널리스트도 "건축 및 주택 부문은 분양 증가와 원가율 개선, 플랜트 부문은 해외 수주 확대, 인프라 부문은 SOC 투자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며 "전 부문 고른 성장이 확인됐고, 철저한 원가율 관리로 향후 수익성 개선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우건설, 매출 감소 속 영업이익 증가…"내실 경영 효과는 제한적"
대우건설은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증가하며 실적의 질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올 1분기 매출은 2조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513억원으로 31.8%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었다. 순이익은 580억원으로 36.6% 줄었지만, 주택건축과 플랜트 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수주는 2조8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고, 수주잔고는 45조129억원으로 연간 매출의 약 4년3개월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우건설은 "해외 고수익 프로젝트 수주 확대와 원가 절감 노력으로 연간 목표 달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 서울 을지로 사옥 (사진=대우건설)
하지만 전반적인 매출 감소 흐름속에서 이익 증가만으로 내실 경영이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 신대현 연구원은 "전 부문 매출총이익률(GPM)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78% 초과했다"며, "특히 플랜트 부문은 나이지리아 현장 매출 증가로 22.6%의 높은 GPM을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증익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 수주 가시성이 낮고 미분양 증가 추세는 주가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문경원 연구원도 "플랜트 부문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가 성과를 견인했고, 주택 부문도 일시적 도급 증액 등을 제외하면 견조한 수준"이라면서도, "전반적인 매출 감소 흐름 속에서 이익 증가만으로 내실 경영이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해외 수주와 주택시장 회복 없이 실적 반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비판적 분석을 내놓았다.
■ 건설업계, 외형보다 내실…생존전략은 '선별 수주와 리스크 관리'
올해 건설사들의 진정한 경쟁력은 외형 확대가 아닌 수익성 기반의 구조 재편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미분양 증가 등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 매출 외형 확대보다는 선별 수주와 리스크 관리 중심의 전략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이후 건설업계 생존 전략은 재무 건전성과 실질 수익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