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코리아 전유진 시나리오 기획자. (사진=넥슨)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에 추가된 메인스트림 G26과 G27을 맡았던 넥슨 전유진 시나리오 기획자가 라이브 서비스에서 시나리오를 이어가기 위한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했다.

전유진 기획자는 26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NDC 2025에서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 ‘마비노기’ 26 & 27번째 메인 시나리오 포스트모템’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시나리오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이미 많은 수가 두어진 바둑판에서 다음 수 또한 신의 한 수를 둬야 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고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획자는 먼저 ‘마비노기’ 기존 시나리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마비노기’ 시나리오는 켈트 신화를 소재로 한 차별적인 세계관, 서사가 풍부한 캐릭터, 그리고 시나리오에 대한 몰입감이었다.

G26 ‘운명의 바람’의 시나리오를 맡게 된 전유진 기획자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야심 차게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신규 캐릭터 ‘델가’의 배경 서사를 설정하고, 서술 방식도 이전과 유사하게 해 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도록 했다. 캐릭터와 친밀도를 올리는 디테일도 추가했다. 과거와 겹치지 않는 스토리를 짜기 위해 지금까지 조망 받지 않았던 종족의 인물을 선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 시나리오를 시작한 유저 중 절반이 이탈했다. 첫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 중 59%만이 퀘스트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전유진 기획자는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비교당하기 마련”이라며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기존의 지엽적인 요소들을 챙긴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플레이어들의 높은 시나리오 이해도, 반전 소재의 고갈, 주인공 파워 인플레이션을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유진 기획자들은 다음 메인스트림 G27 ‘안락의 정원’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다르게’라는 생각을 버리고, 목표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중심 소재를 ‘인형도시’로 설정하고, 정보가 없는 새로운 배경을 서사의 무대로 제시했다. 여기에 반전소재와 독립적인 기승전결을 만들기로 했다. ‘밀레시안을 사칭하는 페타크’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유저들의 주목을 끌었다. 시나리오 분량도 늘려, 총 대사만 31만자, 녹음된 보이스만 8시간에 이르렀다.

그 결과 첫 퀘스트를 클리어한 유저 중 80%가 끝까지 시나리오를 클리어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유진 기획자는 “기존의 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아는 것을 비틀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아는 것은 큰 자산”이라면서도 “단, 갇히지 말아야 하며,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야 보이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