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중대재해 반복으로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는 가운데 그룹 내 안전 전문가를 사장으로 전격 선임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 "건설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직후 이뤄진 결정이다.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긴장 속에 안전관리 체계 전면 점검에 돌입한 분위기다.
지난 5일 사퇴한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전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사퇴했고,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포스코그룹 안전TF 송치영 사장. (사진=연합)
6일 포스코이앤씨와 업계에 따르면, 잇단 중대재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이사 사장이 전격 사퇴했다. 대신 그룹 안전TF를 총괄해온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책임 수습과 안전 체계 재정비에 나섰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해 "법률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며 강하게 질타한 직후 단행된 조치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지시한 인사로 전해졌다. 송 사장은 광양제철소, 포항제철소 등에서 환경·안전 부서를 거친 현장 중심의 안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임기 첫날부터 경기도 광명시 고속도로 건설사고 현장을 찾아 여권 을지로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현장 점검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에만 5건의 중대재해로 노동자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1월 김해 아파트 현장 추락사, 4월 광명 신안산선 현장 붕괴,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 7월 함양울산고속도로 끼임 사고에 이어 이달 초 광명~서울 고속도로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돼 중태에 빠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정 전 사장은 "사고 반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사의 표명이 책임 면제는 아니다"라고 밝히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정 전 사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 정부 후속조치 경고…건설업계 전면 비상 "하도급 구조상 한계 있어" 우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직후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까지 거론하며 후속조치를 지시했다.
이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매뉴얼 준수 여부와 사고 예방 가능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 방안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반복되면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면허 취소는 관할 지자체와 국토교통부가 판단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실효성 논란으로 적용된 사례가 극히 적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강경 기조가 실제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건설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포스코이앤씨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대형사들은 안전 매뉴얼 재점검 등에 나서고 작업자를 중심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징벌이 다가 아니라 건설산업 전반의 한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우려한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외주인력, 고위험 공정 등이 얽혀 있다는 것. 사망사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게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안전 인력 확보와 공정 여유 확보, 공사비 반영 등 구조적 지원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